현장중시 경영에서 은둔 경영 뒷걸음?
[이범희 기자] ‘불도저 경영·현장중시 경영’으로 유명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범 현대가의 통큰 결정과 가족모임에서 자취를 감춰, 그 배경에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정가와 재계의 불협화음에서 사회 환원 참여 약속만으로도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불참 선언이라 더욱 주목받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현대해상 등 범 현대가 그룹사 사장단과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계동 현대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 설립 취지와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고 정주영 옛 현대그룹 명예회장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의 호 ‘아산’을 딴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기로 오너 가족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아산나눔재단 출연금의 상당 부분은 정 전 대표, 정몽진 KCC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 범 현대가 오너 일가가 내놓을 사재로 채워질 것으로 전해졌다. 5000억 원대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은 금액 면에서 국내 최대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빠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와 불참을 연결 짓는 시각이다. 정 회장이 참여할 경우 재단 설립 과정에 정 전 대표가 부각되지 않을 수 있어 이심전심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의 경우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는 사회공헌문화재단인 해비치재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이번 재단 설립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미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준비 위원회 위원장은 “현대가의 여러 기업이 자기 특성을 갖고 있으며, 각자가 좋은 일들 많이 하고 있다”며 “아산 나눔 재단은 문호가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향후 현대차 그룹도 참여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어머니 변중석 여사의 4주년 기일에도 참석치 않아 의혹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정 회장이 어머니의 기일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사는 정 회장 없이 저녁 9시 예정대로 진행됐고, 정 전 대표를 비롯하여 범 현대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중요한 약속이 길어져 이날 제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 회장이 두 번의 공식행사에 불참한 것과 관련,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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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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