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권 보장의 한길 가겠다”

[일요서울]이 지난 8월 22일 만난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이하 담소협) 회장은 MBC 방송국 전 아나운서 출신답게 수려한 용모와 낭랑한 목소리로 인터뷰 내내 흐트러짐 없이 성실하게 답변했다. 정 회장은 “엽연초생산안정화기금이 지금은 완료됐지만, 그동안 징수된 약 5000~6000억 원의 기금이 담배제조사에 충담금으로 남아 있다”면서 “이 기금에 대해 국회의 승인만 난다면 흡연권 보장을 위한 흡연구역 설치확대 및 흡연에 따른 질병치료를 위한 전문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1000만 담배소비자의 권익보호와 건강증진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흡연이 백해무익하며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의 원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담배소비와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담뱃갑에 혐오 그림을 넣는다든지, 금연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이를 어길 시 과중한 벌금을 부과하는 등 담배소비자의 권리침해가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담배 역사는 대략 500년 이상이다. 정부가 담배라는 상품을 국유화해 세수 확보의 명분으로 국민에게 공급해왔다. 오늘날에는 담배회사(KT&G)가 민영화되고 외국계 담배제조사들이 국내에 들어와 자유로운 시장경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담배가 여전히 세수 확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담배소비를 조장한 정부가 “담배는 인체에 해로우니 담뱃값을 올려서라도 금연을 유도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 정부가 담배소비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
▶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혐연권(담배연기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 있다면, 담배소비자에게도 흡연권(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이 있다. 마약과 같이 100% 전 국민적 합의에 따라 범죄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는 한, 흡연자가 더 이상 죄인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흡연자는 헤비스모커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피우면 정서 안정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흡연자 가운데 헤비스모커가 많은것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흡연을 통해서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지난 15~6년 동안 1500만의 흡연자 중 약 500여만 명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연에 성공했다. 자연감소율 수치가 연평균 2.5~2.8%에 이른다. 따라서 이러한 흡연자 감소추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금연 캠페인 등을 통한 선도에 중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피우지 마라. 피웠으니 벌금내라”며 담배소비자를 억압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취할 방향은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각종 벌과금 등을 통해 금연을 강제하기 보다는 캠페인 등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금연을 유도해야 한다.
- 보건복지부와 금연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담소협의 입장은 무엇인가.
▶ 담배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담배의 최종 소비가격에는 약 70%의 각종 조세 및 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통해 세수 증대를 꾀하려고 하는 유혹의 토대다.
실제로 정부가 담배가격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확보한 약 1조9000억 원의 재원을 기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쓰지 않고, 건강보험에서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가 담배소비자를 소위 ‘봉’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조세저항도 없고 금연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세수를 확보해 이를 복지예산에 전용해 사용한다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담배 소비자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더욱이 선진국에 비해 담뱃값이 싸다는 이유로 담뱃값 인상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우리의 2~3배인 선진국의 GDP와 비교하면, 담뱃값이 그들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수준이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언제 발생할 지도 모르는 ‘통일세’를 담뱃값에 포함시켜 징수하자고 주장한다. 통일의 책무가 담배 소비자에게 있다는 말인가.
- 2012년에 미국에서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다고 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미국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미국 내에서도 파장이 크다. 필립모리스를 제외한 3개 담배제조사가 상품으로서의 특성과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단지 해롭다는 명분만으로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것은 위헌 요소가 있다며 제소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청소년들이 흡연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담배라는 상품에 먹칠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백한 위헌 요소다.
현재 전 세계에서 30여 개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흡연율이 상승하는 등, 성공한 사례가 전혀 없다. 저개발국의 경우는 문맹률이 높아 경고 문구보다 경고 그림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거의 제로인데 경고 문구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향후 담소협의 담배소비자 운동 방향은
▶ 첫째로 담배소비자의 기본 권리를 80%만이라도 찾아 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권익보호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둘째는 국회에 로비 등을 통해 담배소비세 등의 세제 개혁으로 담배 관련 기금을 조성해 흡연자를 위한 의료공공시설 구축, 흡연구역 설치 확대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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