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단 배경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것부터가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들에 대한 가계대출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중단에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잔액을 전월 대비 0.6% 이상 넘지 말라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 방침에 따라 대출 중단이 불가피 했다는 설명이다.
대출은 은행의 주요 상품이다. 따라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중단은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얼핏보면 은행들이 당국의 지침도 잆는데, 스스로 가게문을 닫았다는 것이어서 사리에 맞지 않다.
어떤 식이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중단의 빌미를 마련해 주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종합 대책 발표 후에도 일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가 계속된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구두'상으로 은행에 전달됐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한 것으로 관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또 대출심사 강화 등과 같은 점진적 조치가 아닌 일부 대출중단에 나선 농협과 신한은행의 사례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농협은 17일 기준 8월 대출증가율이 7월에 비해 0.84% 증가했다. 0.6%를 훌쩍 넘겼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신한은행은 17일 기준 8월 대출증가율이 7월 대비 0.57% 늘었다. 지금 틀어막지 않으면 기준선인 0.6%를 넘을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신한은행은 지난 7월 대출증가율이 전원대비 1,03%였다. 8월에 줄여야만 할 상황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결국 시중은행들은 모두 월 0.6% 증가율 맞추기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이다.
대출중단의 강수를 여타 은행들도 잇따라 꺼낼 개연성이 충분하다.
물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기자에게 "0.6%를 이달에 꼭 맞추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대출을 중단해서 해결하지 말하는 의미다.
권 원장은 "(이달에 늘면) 다음 달에 좀 줄이고...신축적으로 해야지"라고 부연했다.
은행권에서는 권 원장 발언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하나마나 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가계대출 중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넘겨졌다. 17일부터 시작된 일부 은행의 대출중단이 19일까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권 원장은 "우선순위를 정해 (서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은행들이) 꼭 필요한 대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관계자는 이날 "(대출중단 해제 등) 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lazyha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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