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료원 감사, 제2테크윈 되나?
삼성의료원 감사, 제2테크윈 되나?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1-08-16 13:05
  • 승인 2011.08.16 13:05
  • 호수 902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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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정 칼날, 삼성의료원 이종철 원장 향하나
[전수영 기자] 삼성의료원 이종철 원장에 대한 내부감사가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의료원 이 원장에 대한 내부감사는 단순히 계열사 한 곳에 대한 감사가 아닌 삼성 계열사들에 퍼져있는 부패 척결에 대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삼성의료원 이 원장은 왜 내부감사를 받게 된 것일까.

삼성의료원이 내부감사를 받고 있어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의 내부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료원이 내부감사를 받는 것은 1994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삼성의료원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로부터 내부감사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의료원 내부감사는 6월 삼성테크윈에서 촉발된 이건희 회장의 내부비리 척결 의지와 연결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삼성테크윈이 언론에 주목받게 된 것은 연평도 포격 사태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 사태는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경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170여 발을 포격하면서 발생한 사태다. 이 때 우리군은 배치된 K-9 자주포로 응사했으나 그중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태 이후 성능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에 삼성그룹은 K-9 자주포를 제조·납품한 삼성테크윈에 대한 내부감사에 착수했고, 일부 비리가 발견됨에 따라 오창석 사장은 자진사퇴했다. 말이 자진사퇴지 실제로는 퇴출이었다. 임원들의 임기를 보장해 왔던 삼성그룹의 기업문화와는 다르게 오 사장의 사직서는 바로 처리되었다.

이번 삼성의료원에 대한 그룹의 내부감사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리베이트(부당판촉활동)를 받은 대형병원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을 두고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27일 (주)태평양제약을 비롯한 9개 제약사에 대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29억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약사들은 의사에게 논문 한 단락을 수정해 주는 대가로 보통 1~2만 원 하는 번역료를 30만 원씩이나 지급했다. 또한 골프접대는 기본이고 외상으로 약을 납품하고는 약값을 덜 받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공정위는 다만 적발된 9개 제약사가 병원에 제공한 리베이트의 시점이 쌍벌제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28일 이전이므로 쌍벌제에 적용받지는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공정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성테크윈 내부감사를 통해 부정행위를 포착하고 결국에는 사장을 퇴출시킨 삼성그룹이 삼성의료원의 리베이트 수수를 그대로 방관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그룹 차원에서 삼성의료원 내부감사를 단행하게 된 배경 중에는 5월 말 공정위가 발표한 리베이트 수수 병원에 삼성의료원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란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삼성의료원 측은 내부감사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비리 척결’ 의지 확고

삼성의료원 관계자들은 “감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알고 있는 것이 없다”라는 대답과 함께 심지어 “우리가 감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내부감사에 대해 함구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의 모습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태양전지, 자동차용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분야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정했다. 삼성그룹은 이를 통해 2020년까지 23조3000천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10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삼성그룹은 의료기기 사업을 위해 지난해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해 사명(社名)을 삼성메디슨으로 변경하고 헬스케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삼성그룹이 국내·외 의료기기 기업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단 시작했으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삼성그룹이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수종 사업의 또 하나의 분야인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의료원·삼성종합기술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출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의 세포나 조직 등의 유효물질을 이용하여 제조하는 약인 바이오의약품(생물의약품)의 복제약으로 부작용이 적고 신약 개발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대기업까지도 뛰어들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주요신약들의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국내·외 제약사 및 바이오업체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15년에는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 또한 2004년 2959억 원에서 2008년 9755억 원으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해 지속 발전이 예상된다.

이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삼성그룹이 뛰어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제조기술이겠지만 제조된 바이오시밀러를 임상 실험할 수 있는 병원 또한 필수적이다. 그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삼성의료원이다.

삼성의료원은 자체 연구소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대학원 등에 관련 학과를 신설한다는 등의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성균관대와 삼성의료원 등이 참여하는 삼성융합의과학원을 설립해 이를 통해 바이오시밀러·바이오공학 등의 연구 분야를 융합한 통합적 지식을 가진 연구 전문 인력을 양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 삼성의료원은 그룹의 신수종 사업에 필요한 연구와 인재 양성 그리고 테스트 및 임상실험이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다. 삼성그룹이 의료기기·바이오 제약 분야에 뛰어들면서 다른 기업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하는 배경에는 바로 삼성의료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단호하게 사정의 칼날 빼들어

의료와 제약에 관련된 분야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분야이므로 전문성과 함께 도덕성이 더욱 강조된다. 자칫 잘못할 경우 환자들이 위험에 빠질 경우 그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잣대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새로운 100년을 책임져 줄 의료기기·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전초기지인 삼성의료원이 부정부패와 관련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에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그룹 최상층의 심기가 불편했을 것은 짐작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삼성그룹의 기업문화는 최고의 인재에 대해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지금까지 이런 경영방식을 고수해왔던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을 확인하고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는 곪은 부위를 도려내기 위해 사정의 칼날을 빼든 것이다.

삼성의료원은 이번 감사를 그동안 대규모 계열사에 대해서만 진행했던 것을 그 폭을 넓혀 전체 관계사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애써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내부감사는 이미 감지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삼성에 대한 이미지를 지켜나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삼성그룹의 내부감사의 결과에 따라 다른 대형병원들도 내부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삼성의료원의 내부감사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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