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육군본부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성역중의 성역이었다. 이런 성역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국방부 검찰단 소속의 3명의 군 검찰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군 검찰이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인사비리 의혹을 파헤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남성원 보통검찰부장, 최필재 육본파견검찰관, 최강욱 고등검찰부장 대리는 이번 군장성 인사비를 수사하고 있는 주역들이다. 10년 간 이들과 함께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경환 변호사는 이들에 대해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등 각종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지만, 내가 아는 한 세 사람, 특히 남성원, 최강욱 두 사람은 순수하게 개인의 수사능력과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수사하게 된 데는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역량으로 인지한 사건이다”라고 전했다. 남 부장과 최 부장은 군법무관 내부에서 최고의 엘리트로 인정받는 이들로 알려졌다.김 변호사에 따르면 남 부장과 최 부장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군 사법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두 사람은 법무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예전부터 의기투합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두 사람은 육군 내에서 가시로 취급돼 보직상 불이익을 상당히 많이 입은 사람들이다”라고 전했다. 과거 고등군사법원내에 검찰부가 있었고 검찰단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때문에 군 검찰의 수사력은 상당히 제한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러한 모순을 없애기 위해 군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만든 기관이다. 두 사람은 편한 보직으로 발령을 받았으나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에 자원했다.
국방부 검찰단에 들어간 두 사람은 미약하나마 국방부에서 독립된 수사여건을 만들어 준 덕분에 열정적으로 수사했고, 신일순 부대장, 품질관리소장의 군수품비리 등 거의 전무하다 시피한 인지사건을 파헤쳐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군 수뇌부에서는 이런 사태가 올 것을 미리 예상했는지 두 사람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온다고 했을 때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김 변호사는 “지금 언론에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심하게 왜곡된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격이다. 현정권이 개혁코드를 가지고 있고 이들이 군 개혁을 위해 뛰다보니 마치 하수인인양 비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김 변호사는 “두 사람은 신일순 대장 구속 등 군 검찰이 10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두 사람이 다 해냈다. 군장성 인사비리도 두 사람이 오래 전부터 수사해 왔던 사안이다”라며 “이들은 권력시스템의 왜곡을 바로 잡으려 하는 것일 뿐인데, 이것이 마치 개혁정부와 코드가 맞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정치적인 계산과는 무관하게 개인의 신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또 “군 사법개혁이 논의된 상황에서 군 검찰이 움직이니까 이것이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하필이면 민정수석실에서 괴문서와 관련 확인하라고 넘겨주는 바람에 청와대 개입설도 나오는 등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육본에서는 군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은 육군이다. 언론플레이 해서 군 검찰이 득 볼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수사에 대해 언론에 알렸다가 나중에 나오는 게 없으면 피해를 보는 것은 군 검찰이다. 그런데 왜 언론플레이를 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항명’국방부서 흘렸나
군 검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항명사건의 경우, 수사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이런 식으로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어려우니 우리는 수사에서 손떼겠다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은 법률단장에게 이런 식으로 수사가 힘들다고 토로한 것이다. 수사 여건을 만들어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수사가 힘들다며 보직 변경을 요청한 것이다”며 “군 장교에게는 내부적으로 에로사항을 건의하면서 보직변경을 건의할 수 있다. 이것은 법으로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는 것인데, 이것은 국방부에서 흘러나왔다고 보는 게 옳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항명이라고 몰면서 보직 해임하겠다고 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남·최 두 부장 군검찰서 절대적 신망
남 부장과 최 부장 두 사람은 군검찰 최고참으로 두 사람의 후임 검찰들은 이번 일로 단체로 반박성명을 낼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군 검찰에서 두 사람의 신망이 두텁다는 증거이다. 군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비공개 네트워크를 통해 지금 두 사람을 위한 반박 성명을 내려고 도모했다”며 “그러나 이는 단체행동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어 현재 자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전 법무관들이 개혁에 보내는 지지는 대단하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국방부와 국방부 장관은 인사권한을 행세하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그간 조직장악력 부재라는 숙제를 이번 기회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게 군과 정치권의 분석이다. 현재 군 비리는 정치적 요구와 국민적 요구로 나뉘어 있는 상태다. 정치적 요구는 만족됐지만 국민적 요구는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이것은 일종의 딜레마로 국민적 요구가 만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를 쉽게 마무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수사를 계속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