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포화론’ 대두 실체
반도체 시장 ‘포화론’ 대두 실체
  • 이진우 기자
  • 입력 2011-08-01 17:46
  • 승인 2011.08.01 17:46
  • 호수 900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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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성장신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이진우 기자] 2010년 1월 세계 최대 IT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 회장의 화두는 단호했다. 그는 당시 미래 신사업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턱도 없다”며 “10년 전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크기에 구멍가게 같았는데 까딱 잘못하면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후 삼성은 지난 5월에 2020년까지 신수종사업에 2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 분야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친환경 및 건강증진 미래 산업이었다.

최근 들어 세간에서는 이제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에 한계가 온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다는 느낌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실적을 보면, 매출 9조1600억 원에 영업이익 1조79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3.9%p, 영업이익은 -39.1%p 감소했다. 더욱이 하이닉스반도체 민영화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일요서울]이 반도체 시장의 ‘포화론’이 대두되는 배경을 살펴봤다.

반도체 시장은 지난 세기말 IT혁명을 토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다. 날로 업그레이드되는 IT기기와 이에 대한 대중적 수요는 반도체 성장신화의 1등 공신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회복과 맞물린 반도체 호황과 정부의 고환율 및 수출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 힘입어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계속되는 환율하락과 계절적 비수기, D램 가격 하락의 어려운 시장 환경 탓으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동기대비 3.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분기 1.0%를 기록한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처럼 GDP성장률이 저조한 이유는 수출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면서 업종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던 수출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와 LCD 등의 가격이 하락하고, IT부문 수요가 부진했던 것이 전체적인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경기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여기에 유럽발 재정위기와 2일 미국의 국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상황 전개가 또다시 세계 경제를 금융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3분기는 주요 제품에 대한 수요 약세와 경쟁심화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미국의 국가 디폴트 시한은 국내 및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암초다. 현재는 정부지출을 줄이고 부채상한을 올리는 방안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회장이 “삼성의 미래가 없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신수종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과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 않나 보여진다.


하이닉스 인수전, 승자의 저주?

하이닉스 반도체를 두고 STX그룹과 SK텔레콤간의 인수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STX그룹과 SK텔레콤은 이미 인수자문단을 확정하여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작업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인수자문단은 하이닉스의 자산 및 부채현황 등의 서류검토 작업 후 조만간 실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 인수는 양 그룹 간 ‘자존심’ 대결로까지 확대돼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두 그룹은 이번 하이닉스 인수가 각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지난 4월 29일 중국 다롄시 창싱다오에서 STX그룹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및 ‘비전 2020’ 선포식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수합병(M&A)에 대한 문은 개방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TX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며 “조선·해운에 집중된 사업구조에 사이클이 상이한 반도체를 포함시켜 그룹의 경영위험을 제고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통신 및 정보기술(IT) 서비스와의 전후방 유관효과가 있기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그룹 간의 CEO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STX그룹에서는 이종철 부회장이, SK텔레콤에서는 하성민 대표이사가 이번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각각의 인수명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과거의 선례와 비교해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첫째로 인수자금 부담에 따른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자 구도의 대결이 심화되면 인수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채권단 측에서 인수자 측의 입장을 고려한 기존의 입장을 바꿔 공적자금의 최대 회수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양 그룹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했고, 잘 준비돼 있어 문제없다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둘째,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데 경영리스크를 추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들은 사업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인수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영향을 고려한 듯 최근에 일부 신용평가 기관이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추진이 해당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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