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07-26 15:58
  • 승인 2011.07.26 15:58
  • 호수 899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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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지분 쟁탈 신호탄
[김나영 기자] 기업에게 있어 달갑지 않은 논란 중 하나는 경영권 불안이다. 교보생명(회장 신창재)은 유독 경영권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악성 소문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최근 대우인터내셔널(부회장 이동희)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업계에서는 또 한번 경영권에 관한 예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이 신 회장의 지분을 넘어서기 때문이다.지분을 둘러싼 쟁탈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그 내막을 [일요서울]이 알아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8일 교보생명 지분 매각 추진 보도의 조회공시 답변에서 “보유중인 교보생명 지분의 매각 및 유동화 등 활용방안 모색을 위해 외부 자문기관 선정을 검토 중이며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는 현재 개발 중인 미얀마 가스전 및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자금 마련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부터 미얀마 북서부 해상지역에서 가스전을 개발했고 오는 2013년 5월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쏟을 것으로 예상한 금액은 기투자된 금액을 포함해 총 17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다.

아직 대우인터내셔널은 느긋하다고 할 만큼 교보생명 지분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김범석 대우인터내셔널 홍보팀 과장은 “(교보생명) 지분 매각은 현재 컨설팅 차원에서 스터디 단계에 머무르는 수준”이라며 “1차적인 투자자문사 선정은 이달 8월 전후, 2차적인 매각주관사와 매각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연말까지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각 대상인 교보생명 지분의 규모가 상당히 큰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24%로 492만 주에 달하며, 장외주가는 주당 25만~27만 원으로 약 1조2300억~1조3200억 원에 이른다. 만약 교보생명 지분 24%가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이 시장에 풀리면 눈독을 들일 기업도 벌써부터 여럿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보생명 역시 다른 생보사들처럼 상장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일단 상장이 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음과 동시에 금액이 명확해지고 유동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처분하는 데 있어 장외보다 편리하다. 따라서 상장 이전보다는 상장 이후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매각 시기 역시 상장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지분 매각을 둘러싼 관계

한편 교보생명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함께 짚어봐야 할 곳은 포스코(회장 정준양)와 자산관리공사(캠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999년 (주)대우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개시하고 2000년 회사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무역 부분만 독립해 설립됐다.

캠코는 대우의 구조조정과정에서 2000년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우인터내셔널과 그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0년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한 지 10년 만에 포스코가 캠코로부터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고 캠코는 아직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9.93%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교보생명 지분 매각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투자자문사와 매각주관사 선정 등 지분 매각은 어디까지나 대우인터내셔널이 주관할 사안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할 만한 것이 없다”며 “다만 대우인터내셔널의 의지로 (교보생명) 지분 매각이 이루어질 것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캠코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구조조정 지원으로 취득한 교보생명 지분인 만큼 하루빨리 매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회규 캠코 홍보팀 과장은 “현재 부실채권정리 기금으로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법정운용시한인 2012년 11월 전에 최대한 매각하려고 하고 있다”며 “교보생명이 상장 의지를 보인 이상 올해 안에 상장이 이루어진다면 내년쯤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보생명의 입장은 어떠할까. 대외적으로 교보생명은 지분 매각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신 회장의 지분 33.62%와 친인척 지분을 합치면 41.3%이며, 여기에 우호적 지분으로 분류되는 우리사주와 외국계 캐피털 자본까지 더한다면 60% 가량이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진 지분 24%와 캠코 보유 지분 9.9%,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5.85%를 더하면 40% 가량으로 이 지분이 다른 곳으로 모두 움직이지 않는 한 경영권에는 변동이 없다는 계산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단순히 지분 구조가 바뀌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내부에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분석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 보유 지분만 합산해도 33.9%로 신 회장이 가진 지분 33.6%를 넘어서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우호적 지분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조금 더 긴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교보생명 신 회장 일가의 지분 관계가 얽혀 매각 이후 상황이 미묘해질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교보증권의 지분 구조는 매우 복잡한 편으로 매각 물량이 쏟아지면 적대적 M&A도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생보사 중에서 유일하게 오너 경영을 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입장에서는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하는 눈치다. 교보생명이 당장 눈앞의 실적보다 미래의 가치 성장을 기치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오너 경영이라는 이유도 컸다. 즉, 경영권 및 지배구조가 뒤바뀔 수 있다는 가정은 교보생명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권 불안은 예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지만 (신 회장이) 취임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무 일 없었다”고 말했다. 만약 교보생명이 상장 이후 지분 매각으로 소유구조가 변경된 후에도 별다른 변동이 없다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경영권에 관한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타 기업들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이 한 소유주에게로 넘어간다면 경영권 및 지배구조 변경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이번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매각이 신 회장에게 있어 위기일지 기회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nykim@dailypot.co.kr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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