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지각변동 예고] SKT 떨고 있니?
[이범희 기자] SKT(사장 하성민), KT(회장 이석채), LGT(부회장 이상철) 등으로 3분화 된 통신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저가통신요금제를 표방하는 제4업체인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통신시장 진출 뜻을 밝혔다. 초반시장 진입을 위해 여성경제인연합회,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벤처캐피털협회 등을 아우르는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기존 통신사용자들의 이동이 예상된다. 일부에선 현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후 나온 설립안이라는 점에서 ‘정부후면 지원설’이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특히 현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SKT로서는 기존 가입자 탈퇴로 말미암은 매출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2011년 제1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참여 및 출자(안)’를 승인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제4이동통신 그랜드컨소시엄에 중기중앙회가 중앙회 1000억 원, 조합사 1000억 원 등 2000억 원 규모로 참여하고 외국자본과 펀드 등을 포함해 자본금 1조 원 규모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통신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300만 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관련 단체, 900여 개 업종별 협동조합, 기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범중소기업계의 폭넓은 참여를 바탕으로 제4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김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사회에서 “300만 중소기업인의 권익 발전을 위해 이번 안건(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참여 및 출자안)이 채택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후발주자로서의 최대무기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내놓았다. 와이브로 망을 이용하면 기존 통신사의 5분의 1 수준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현 정부가 서민물가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침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그 궤를 같이해 승승장구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와이브로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토종기술이지만 그동안 투자 부진과 저조한 가입자 수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와이브로' 살리기에 골머리를 앓아왔던 터라 이번 설립안이 힘을 받게 됐다.
한 통신업체 종사자는 “정부가 서민물가를 잡겠다면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라며 “기존업체들이 통신 인하 정책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중소기업중앙회가 나선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부담 느끼는 기존 통신사들
이에 기존 통신업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통신사들이 중소기업청의 통신요금과 큰 차이가 벌어지면 가입자들의 이탈이 뻔하기 때문. 특히 통신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SKT는 그 우려가 심각하다. 검찰이 모기업인 SK에 대한 수사진행 풍문이 돌고 있고, 마찬가지로 공정위의 눈매가 매서운 상황에서 주력계열사의 흔들림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중론이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검찰수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SK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 정부의 물가정책 또한 SK가 대상이 되는 것처럼 이번 정책도 SK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통신경쟁사인 KT와 LGT도 중소기업중앙회의 제4이동통신 진출은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포화상태인 통신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의 우위는 곧 통신시장 선점과도 밀접한 관계를 이루기 때문.
반면 제4이동통신사의 시장 안착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도 있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 등 기존 통신사들은 매년 1조5000억 원 이상의 시설투자비를 쏟고 있고, 이미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한 KT의 경우만 해도 1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와이브로를 이용한 음성통화를 위해 안 터지는 곳 없이 촘촘히 중계기를 설치해야 하는 제4이동통신은 첫해에만 2조 원 가량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해 풍부한 자본력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을 하려면 투자도 충분히 하면서 지원할 수 있는 컨소시엄을 잘 구성해야 할 것이다"며 “문제는 투자를 책임질 수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과 이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한편,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제4이동통신 그랜드컨소시엄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제4이동통신 사업에 도전했던 한국모바일인터넷(KMI)도 비슷한 시기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애초 두 진영 간 공조체계가 모색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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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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