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눈물,“국민 여러분이 유치했다”

[이진우 기자] 지난 7일 오전 0시 18분(한국시간)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 통의 낭보가 대한민국을 감동의 물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국으로 “평창”을 외치자, 백전불굴의 포스를 풍기며 앉아 있던 한 노인이 벌떡 일어나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지난 10년 간 와신상담하고 절치부심으로 글로벌 유치 활동에 전력을 투구했던 이건희 IOC 위원 겸 삼성그룹 회장(이하 위원)이었다.
이 위원은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OC 총회 결선 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2007년 과테말라에서는 열린 IOC 총회 결선투표에서는 복병 러시아 소치에 연속으로 동계올림픽 유치국 지위를 넘겨줘야 하는 불운을 맛봤다. 그로부터 4년 간 재도전에 나서 마침내 2018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물론 개인적인 시련도 있었다.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조세포탈 및 배임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IOC 위원 자격이 일시정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형이 확정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이 위원을 특별사면해 주고, 유치 활동에 전념하게 한 것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 위원은 이번 유치 성공으로 국민들에게 진 사회적 빚을 일부 갚게 됐고 마음의 짐도 어느 정도 덜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창 유치의 공은 국민과 정부에 있다
이 위원은 개최지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전부 나보고 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만든 것이고 평창 유치팀들이 고생 많았다”며 “특히 대통령이 오셔서 전체 분위기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이뤄낸 것이다. 나는 조그만 부분을 담당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고, 그동안 평창 유치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음을 시사했다.
이 위원은 2003년과 2007년 두 번 연속 결선투표에서 평창이 연속으로 고배를 마신 안타까움을 잊을 수 없었다. 이런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 위원은 그 동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외교 활동을 펼쳐 왔다.
이 위원의 글로벌 행보는 작년부터 더욱 박차를 가했다. 작년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이번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약 1년 반 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 기간 이동거리만 21만 ㎞에 달하며, 이는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거리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평창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필요한 각종 투자나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16년 리오 하계올림픽까지 후원 계약을 맺었으며, 이후 올림픽에 대해서도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후원할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에서의 관측이다.
이 위원이 10여 년간의 인고의 세월을 전력투구해 평창올림픽을 유치하고 기쁨의 눈물까지 흘린 터라, 삼성으로서는 마지막 화룡점정을 위해서라도 이 위원의 노력의 산물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 위원은 유치가 확정되자 바로 측근들에게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데서 끝내지 말고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계속 힘을 보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것은 물론, 이에 수반되는 투자와 지원에도 사력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와 강원도가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전국적인 생산 유발효과 20조 5000억 원, 경기장 운영 등 부가가치 유발액 8조7000억 원이 발생하고 약 23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도 20만명 이상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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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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