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불법 저지르고… 직원 파업하고… 투자자 불평 늘고…

[이범희 기자] SC제일은행(행장 리차드 힐) 노조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반영업점의 업무차질은 물론 고객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입출금과 같은 단순 업무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일 SC제일은행 임직원들의 불법행각이 드러나 무더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것도 본사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정황까지 알려져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파업과 관련해서도 8일 현재 아무런 협상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고, 세간에선 SC제일은행 철수설까지 대두되고 있어 SC제일은행이 한국 입성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 파업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다. 전체 조합원 3400여 명 가운데 22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사측의 ▲성과급연봉제 도입 ▲후선역 제도 시행 및 전 직원 확대 ▲직급별 명예퇴직 제도 폐지 등에 대한 경고성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율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파업 투쟁은 동지들의 힘으로 분명히 승리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저항 없이 결코 발전할 수 없으며, 저항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탄압하고 억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지점들의 경우 입출금과 같은 단순 업무만 가능해 고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서울 지역 모 지점을 방문했더니, 평소 5명의 행원이 있던 자리에는 2명의 중견간부가 앉아있었다. 기다리는 이용객은 6명이었지만 예금 입출금 등 단순 업무만 처리하고 있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점에서 만난 한 이용객은 “창구에는 직원도 몇 없고…대기 인원만 많다”며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파업을 하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거냐”며 화를 냈다.
또한 일부 임직원들의 불법 행위가 알려져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임직원들이 불법대출을 저지르고 수익금을 영국 본사에 빼돌린 혐의로 무더기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제일은행 일부 임직원들은 2007년부터 3년 동안 일부 기업들에게 백금과 팔라듐 등 귀금속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메탈론을 취급했다.
메탈론은 국내 은행법 및 시행령에서 취급을 금지하고 있는 상품이지만 SC제일은행은 영국의 SC 본사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금감원의 종합검사에 앞서 수익금 13만4000 달러를 SC 본사 계정으로 옮겨놓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또 다른 직원 10명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장잔액, 대출내역,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고객의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사실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불법거래와 관련해 SC제일은행 법인에 대한 제재와 임직원 41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고, 신용정보 열람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금융권은 신뢰가 가중 중요한데, 불법행각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어가는 듯 해 안타깝다”며 “내부통제력 강화가 시급한 현안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편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금융사고 우려
일각에선 SC제일은행 인도점과 동남아점 등에서의 성공사례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67조 원으로 간신히 꼴찌인 씨티은행을 제쳤지만 KB와 신한 등 국내 대형은행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파업을 장기화하고 있는 SC제일은행에 공문을 보내 비노조 직원들의 피로누적으로 금융사고가 우려된다며 내부통제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장병용 금융감독원 상시감시팀장은 “파업이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어, 자금이체 등 현금취급 업무에서 인력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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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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