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깃발 삼성에 걸릴까
노조 깃발 삼성에 걸릴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07-05 16:15
  • 승인 2011.07.05 16:15
  • 호수 896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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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삼성’에 이목을 집중한다. 왜?

[이범희 기자] ‘무노조 삼성 신화’가 깨질 전망이다. 단일 사업장 안에 두 개 이상의 노조를 인정하는 복수노조 제도가 지난 1일자로 시행됐다. 복수노조는 말 그대로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가 생길 수 있다는 것. 2인 이상이면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그동안 무노조 설립을 고집하던 삼성이 긴장하고 있다. 이미 진보신당, 민주노총, 서울도시철도가 추진 중인 제 3노조 등이 삼성노조 설립을 위한 지원단을 만들어 삼성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무노조 원칙’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최근에는 인사팀장에 노조·인사 전문가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진보신당은 지난 4월 삼성노조설립지원센터를 만들어 삼성의 노조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김정진 변호사(진보신당 부대표)가 센터장을 맡고, 유성대 정책연구위원이 실무를 담당한다. 설치 목적 역시 복수노조설립법 통과 이후 무노조인 삼성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노조설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 진보신당의 주요사업으로 삼성재벌개혁문제를 다루기로 했고, 향후 삼성일반노조와 협력해서 복수노조 설립을 단위사업장별로 지원할 예정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삼성에 재벌개혁, 복지, 노동, 비정규직 등 모든 문제가 걸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재벌의 정점에 삼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에 대한 입장, 또 삼성개혁 방안에 힘을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를 향한 동맹과 연대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민주노총도 삼성에 노조를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삼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설립했다. 현재 이 단체는 3명의 인사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전자 탕정·기흥·구미공장과 삼성에버랜드 노조 설립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삼성 등 무노조 사업장에 노조를 조직하는 것이 우리의 복수노조 전략 중 한 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도시철도가 추진 중인 제3노조 역시 삼성 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단체 역시 삼성 노조 설립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 단체는 삼성전자 근무 중 백혈병이 걸린 직원들의 산재처리를 놓고 삼성 측과 대결구도를 벌이고 있는 단체다.

1일 현재 외부로 알려질 만큼 삼성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은 없지만, 조만간 노조 깃발이 삼성에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노동계는 삼성 노조 설립은 상징성이 큰 만큼 ‘삼성 노조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어서 삼성의 노조 설립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노동계와 산업계 전반의 해석이다.


노코멘트 삼성…불안한 기색 역력

삼성측은 이에 대해 “코멘트를 따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조 설립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불안한 표현을 숨기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이미 인사팀장에 ‘노조·인사전문가’로 꼽히는 정금용 삼성전자 전무를 발탁한 것은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즐비하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정 신임 인사팀장의 경우 25년 넘게 인사업무를 담당했고, 인사 팀장자리가 공석이라 발탁한 것일 뿐, 일부 알려진 노조 대응책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복수노조 설립에 대해 사측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물론 일부 정당들도 삼성의 무노조 원칙이 깨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노조설립을 추진하면 막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계열사에는 유령노조가 있다는 풍문까지 들렸다”며 “하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복수노조가 인정되다 보니 설립 자체는 시간문제일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의 경우 무노조 기업으로 알려지지만,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일부 계열사에 노조가 있다. 제대로 활동하는 곳은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정밀화학, 삼성메디슨 등 4곳이다. 그런데 이들 4곳은 모두 삼성이 인수한 회사들이다. 삼성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전에 설립된 노조가 유지된 것이다.

호텔신라와 에스원, 삼성중공업에도 노조가 있지만 노조원이 수명~수십 명인 이른바 ‘무늬만 노조'다. 호텔신라 2명, 에스원 3명, 삼성중공업은 30여명으로, 상급단체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때문에 삼성을 시작으로 포스코 등 그간 노조가 없었거나 유명무실했던 대기업은 하반기 경영변수로 복수노조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알려진다.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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