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755%의 수익률 자랑하는 검은 비법은?
[김나영 기자]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꿈꿀 법한 일확천금. 마냥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이더스의 손’을 부러워할 때가 아니다. 약간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부적절한 신의 손’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부적절한 신의 손’은 타인의 기회를 탈취하여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돈이 돈을 부르고 기업이 기업을 만들어 엄청난 부의 증식을 이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재벌총수 일가의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해 얻은 부의 증식 규모가 9조958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는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재벌총수 일가의 부의 증식은 물론 최근 들어 지원성거래를 통한 부의 증식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기회유용이란 이사나 경영진, 지배주주가 장래 또는 현재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원성거래란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 간 부당지원행위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9개 기업집단 85개 회사의 특수관계자 개인 190명이 회사기회유용 의심사례와 지원성거래 의심사례를 통해 얻은 부의 증가액을 모두 합한 금액은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9조9588억 원에 달한다. 초기 투입금액이 1조3195억 원임을 감안할 때 투자금액 대비 755%에 이르며, 상위 10인의 부 증가액이 전체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2%에 달한다.
특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 중 가장 많은 부를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2조1837억 원의 이익을 얻었으며, 최 회장은 2조439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집단별 부의 증가액도 이와 비슷한 순서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3조8020억 원, SK그룹은 2조5153억 원의 부를 증식했다. 회사별로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글로비스가 3조3064억 원, SK그룹의 SK C&C가 2조4635억 원의 부를 증식했다.
이러한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부의 증식 형태는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먼저 재벌총수 일가가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시키고 지배권과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새 기업을 설립하여 대량의 지분을 취득한다. 이후 계열사들이 수의계약 형태로 해당 기업에 일감을 집중적으로 몰아주어 매출을 급신장시킨다. 이로써 단기간에 엄청난 시가총액을 확보하고 오너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부의 증식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세금 부담이 없는 상속 및 경영권 승계, 경영권 안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재벌총수 일가의 이익이 경쟁 기업의 피해 및 일반 주주들의 손해와 교차하는 것이다. 때문에 원천적인 이익 취득 구조를 회사법, 공정거래법, 조세법 등 법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다.
현재 회사기회유용 및 지원성거래의 편법적인 이익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규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편법적인 증여와 상속에 대한 규제방안을 논의하여 오는 8월 말까지 관련 세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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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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