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2조원 CP 발행‥하이닉스 인수 대비?
현대重 2조원 CP 발행‥하이닉스 인수 대비?
  • 김훈기 기자 기자
  • 입력 2011-06-23 10:28
  • 승인 2011.06.2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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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뱅크 인수대금, CP차환·대출연장 목적"
하이닉스 인수의 정점에 서 있는 현대중공업이 2조원 규모의 CP(기업어음)를 다음 달까지 순차 발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CP를 발행하자 잠잠하던 인수전도 활기를 띠고 있다. 그동안 물밑작업을 하던 현대중공업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1일 40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CP를 발행했다. 지난 1월 발행된 6개월 만기 CP를 차환 발행한 것이다.

재계는 2조원 규모의 CP 발행이 하이닉스 인수에 앞서 보수적 자금 운용을 위한 제스처라고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중공업의 현금성자산은 1조4850억원 가량이다. 돈이 있지만 아끼고 있다.

특히 다음 달 만기 도래하는 기업어음이 모두 7000억~8000억원 가량이어서 2조원이나 되는 자금을 한꺼번에 마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 측은 하이닉스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오일뱅크 인수 시 빌린 돈을 갚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조차 인수 자금 마련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현대중공업은 2조5000억원의 인수대금을 CP(1조원) 발행과 1년 만기 은행 대출(1조5000억원)로 메웠다. 이중 지난 3월 3000억원의 CP를 상환했고, 이번 4000억원의 CP 발행을 뺀 나머지 1조8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 돈은 다음달 21일(CP)과 22일(대출)에 만기 도래한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기준 차입금이 3조6934억원(단기 차입금 3조3375억원 포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은 1조4850억원이다. 지난해 말 6314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 2분기 선수금 유입까지 더하면 현금성 자산은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이 2조원의 CP 발행 용처가 오일뱅크 뿐 아니라 하이닉스에도 쓰일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 이유다. 대규모 차환을 선택한 만큼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이 없다는 회사의 주장이 되레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1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으로 CP와 대출을 갚아도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시장의 눈을 피해) 인수자금을 조달하려 CP와 대출을 차환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2조5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그 중 3000억원은 상환했고 나머지 2조2000억원을 순차적으로 연장하기 위해 다음달까지 2조원 규모의 CP를 재 발행한다"며 "현금이 있다 해도 적절한 방법을 고려해 찾아 활용하는 것일 뿐 하이닉스와는 관련이 없다.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 채권단은 21일 매각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주인 찾에 나섰다. 채권단은 내달 초 입찰대상자를 선별하고, 8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올해 말까지 매각을 종료할 계획이다.


김훈기 기자 기자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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