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엮이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줄줄이 엮이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1-06-21 15:45
  • 승인 2011.06.21 15:45
  • 호수 894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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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 국세청장, 청호나이스에서도 청탁 받았나
[김나영 기자] 검찰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 수사에 이어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한 전 청장 의혹에 관한 수사는 지난 4월 검찰 기소로 종료된 것이라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세무조사 무마 로비 관련 수사로 다시금 한 전 청장의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검찰은 로비 및 청탁 혐의가 포착되는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해당 기업의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끈을 바짝 당기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매섭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김 회장의 회삿돈 횡령과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 중에 정 회장의 비슷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포착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2006년 3월 세무조사를 받을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던 한 전 청장을 상대로 수억 원대의 금품 로비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일 청호나이스 본사와 임직원 자택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회사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정 회장과 친분이 있는 김 회장이 2004년부터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뒤 이 가운데 수억 원을 2006년 세무조사 무마 로비 자금으로 썼는지를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김 회장을 소환 조사하고 김영편입학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지난 15일 김 회장과 한 전 청장 사이에서 금품 수수의 창구 역할을 한 S세무법인 대표 이모(62)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재 검찰은 정 회장이 이 씨에게 직접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 또는 김 회장과 이 씨 사이에서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 혹은 공동 로비를 벌인 후 김 회장으로부터 사례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청호나이스는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와 관련하여 외부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청호나이스 홍보실조차 “내부 검토 중이고 전혀 확인된 것이 없다”며 “아직 공식입장으로 표명할 수 없다”고 당황해 했다.


검은 의혹으로 얽힌 네 사람

그렇다면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 이모 S세무법인 대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이 네 사람은 어떻게 얽혀 있는 관계일까.

먼저 정 회장과 김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함께 수료한 동문이며 평소에도 돈독한 친분을 쌓아왔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청호나이스와 김영편입학원은 일반적으로 업무용 자금 교류가 없다. 하지만 검찰은 김영편입학원으로부터 청호나이스로 수상한 거액이 흘러들어간 것을 밝혀냈고, 김영편입학원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정 회장이 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씨와 한 전 청장은 2006년 당시 같은 국세청에서 근무했다. 특히 이 씨는 2006년 2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과장에서 조사2국 국장으로 단번에 3단계 승진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한 전 청장은 같은 해 3월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되어 함께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현 상황에서는 김 회장에 이어 정 회장도 이 씨에게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의심되고 있다. 이 씨는 김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현재 검찰에 구속됐다.

한 전 청장은 당시 이 씨가 받은 돈의 일부를 청탁의 댓가로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사 청탁을 위한 그림 로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전 청장은 이번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nykim@dailypot.co.kr


#한상률 전 국세청장, 굴비처럼 엮여진 의혹의 주인공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금품 비리 의혹은 지난 4월 검찰의 꼬리자르기 수사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검찰은 2009년부터 시작된 한 전 청장 관련 수사에서 수많은 의혹 중 ‘인사 청탁을 위한 그림 로비’와 ‘주정업체 자문료 수수’를 각각 ‘뇌물 공여’와 ‘뇌물 및 뇌물 공범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은 ‘청장 연임을 위한 골프 접대 로비’, ‘직권 남용으로 행한 태광실업 세무조사’, ‘도곡동 땅 실 소유주’ 등 다른 의혹들은 무혐의나 부정 처리로 덮으며 2년 넘게 걸린 수사를 종결했다.

또한 한 전 청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폭로했던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제기한 ‘A호텔 세무조사 로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그림 로비의 경우 인사 청탁을 위한 대가라는 입증이 어렵고, 자문료 수수 역시 공범으로 엄중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것만으로는 어째서 한 전 청장이 2년이 넘도록 미국 등 해외에 머물며 귀국을 미뤄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기존의 금품 비리 의혹으로 이미 두 달 전에 기소된 한 전 청장. 사건이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김영편입학원과 청호나이스 세무조사 무마 로비’라는 새로운 의혹에 다시금 굴비처럼 엮인 한 전 청장이 등장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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