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재계 리스트 해부
국세청 재계 리스트 해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06-14 14:48
  • 승인 2011.06.14 14:48
  • 호수 893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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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검찰, 기업 오너를 겨누나
[이범희 기자] 재계의 검찰 ‘국세청’의 눈매가 무섭다. 특히 오너 일가의 ‘수상한 거래’가 포착되면 예외 없이 조사팀을 보내 회계장부 및 컴퓨터 하드웨어를 압수한다. 최근에도 대기업은 물론 제화업계까지 수사범위를 넓혔다. 여의도 정가에선 MB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이 심화될수록 국세청의 칼날이 위엄을 드높일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이미 조사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검찰송치도 앞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기업들 역시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조사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다. 국세청의 매서운 눈매에 대해 알아본다.

언론보도를 통해 자주 보는 기사키워드 중 하나는 “모 기업 세무조사 착수”다. 이미 흔한 일이 됐을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정기세무조사의 성격을 띤 세무조사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내 이 기업들 중 일부는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급기야 총수나 오너일가의 문제로 비화되어 또 다시 언론과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곤 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세무조사 역시 그 조사범위가 광대하고 오너 일가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국세청-검찰-오너 구속’이라는 악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역외탈세부터 오너일가 ‘수상한 거래’까지

특히 국세청이 역외탈세 부분에 대한 조사가 집중되면서 해외 생산기지가 많은 기업들이 주표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4월 중순부터 국세청 산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직원을 K그룹 본사에 투입,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역외탈세 혐의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은 K그룹 오너의 소유인 골프장 운영업체와 그룹의 3개 계열사의 매출액이 전년 4억 원 규모에서 32억 원으로 8배 급증한 부분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K그룹의 관계자는 “2007년에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아 세금을 추징 받았다는 점에서 정기조사다”며 확대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한화건설 세무조사는 건설업계의 불황 속에서 이례적으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해 주목된다.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한화건설에 조사 요원들을 투입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오는 7월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 11위 업체로 모 기업인 한화가 100%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2005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그룹 비자금 수사와 함바집 문제는 이번 세무조사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대표를 직접 겨냥한 조사도 실시 중이다.

제화업체 탠디가 그렇다. 탠디는 정기수 대표의 탈세 등의 혐의로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서울 인헌동 탠디 본사를 방문해 1t트럭 1 대 분량의 회계 장부와 관련 문서 등 자료를 압수했다. 정 대표가 수십억 원의 탈루 자금으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본사 인근과 분당 소재의 빌딩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다. 정 대표는 2008년 8월 서울 인헌동 본사 소재의 D빌딩을 89억 원에, 2009년 5월과 9월에는 성남시 분당과 본사 인근의 K빌딩과 S빌딩을 각각 50억 원, 56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도 마찬가지다. 장 회장이 세무조사 받는 이유는 올 초부터 시작된 동국제강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이상한 거래가 포착되었기 때문.

장 회장 개인은 물론 부인 남모씨와 장모씨를 비롯한 일가 및 주변 지인들에 대한 금융거래 내역 조사에서 의심스러운 거래가 포착됐다. 국세청은 지난 4월말 종료 예정이던 동국제강에 대한 세무조사를 2개월 연장하면서 장 회장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등 조사범위를 확대했다.

국세청은 지난 1월 17일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소속 조사 인원 20여 명을 서울 명동 동국제강 본사에 투입, 회계자료 일체를 압수하면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동국제강이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서 1000억 원 규모의 고철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입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상당액을 홍콩으로 빼돌린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철강 등을 수출하면서 수출대금을 실제보다 축소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상장제약사 A사와 C사, 조선업계 D사도 국세청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해당기업은 물론 정기조사 시점이 임박한 기업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 이미 정가에서 이름이 거론된 상태로 언제 조사가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기세무조사의 성격을 띤 조사라고 해도 일반인들이 그 말을 그대로 믿는 경우가 적어 회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않나는 곳이 과연 몇 군데일까”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편 국세청의 조사가 길어질수록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기업 담당자는 “조사가 이뤄지면 회사 분위기는 물론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정한 일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분별한 조사는 피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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