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태광그룹’ 산으로 가나
주인 없는 ‘태광그룹’ 산으로 가나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06-14 14:46
  • 승인 2011.06.14 14:46
  • 호수 893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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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임직원, 회장 따라 줄줄이 감방행 예약(?)

[이범희 기자] ‘선장 없는 배는 산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태광그룹 내부에서 들리고 있다. 이호진 회장 구속 이후 증시에서나마 잠시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연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철퇴를 맞고 있다. 최근들어 태광그룹 계열사 임직원 등 40여 명에 대한 징계조치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대주주 등에 대한 부당지원을 한 혐의다. 세간에선 부당지원 의혹 중 이 회장의 ‘구명로비자금설’도 포함되었다는 풍문도 나돌고 있어 태광그룹이 여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철퇴를 맞고 있는 태광그룹과 계열사 비리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해 말부터 촉발된 사정당국의 재계 탄압의 시발점은 태광그룹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태광그룹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혐의를 두고 장기간 수사를 펼쳤으며 이 회장을 1400억 원대의 횡령·배임과 조세포탈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재도 검찰의 수사는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구속 기소된 후 간암으로 인한 수술 때문에 구속집행정지조치가 내려지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회장이 확정판결을 통해 실형을 살지 않게 되더라도 중병으로 인한 오랜 경영공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이 금감원으로부터 부당 지원여부에 대한 철퇴를 맞았다.


대주주 부당지원 의혹설 퍼져

금감원은 지난 3일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의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 여부를 검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두 보험사가 계열사로부터 골프회원권을 시세보다 고가로 취득하거나 경쟁 입찰 대상 부동산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해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흥국생명의 경우 2008년 6월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이 건설하고 있던 골프장의 회원권 10구좌를 220억 원에 분양 전 선매입하는 형태로 구입했다.

동림관광개발은 흥국생명에게 선매입에 따른 연 12% 이자를 지급해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흥국생명과 같은 가격으로 일반분양했다.

또 흥국화재는 지난해 8월 같은 골프장의 회원권 12구좌를 구좌당 4억 원 더 비싸게 사들여 48억 원을 추가 지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사회 승인 과정에서 흥국화재는 해외 출장 중인 사외이사가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또 경쟁 입찰 대상 부동산 등을 계열사와 수의계약으로 매각하거나 구매하는 수법도 사용됐다.

흥국생명은 와인 등을 계열사와 수의계약으로 구매했고, 흥국화재는 연수원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계열사에 매각했다.

금감원은 보험업법 제111조 ‘대주주와의 거래제한’조항을 적용, 두 보험사와 임직원들을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현재 금감원은 흥국화재 30여명, 흥국생명 10여명 등 모두 40여명의 임직원과 두 기관에게 징계조치 예고를 통보했다. 흥국화재 전·현직 대표이사와 흥국생명 전 대표이사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골프장 회원권 구입은 이사회 필수 부의사항이 아닌데도, 이사들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부의했다"며 “이사회 당일 재적이사 7명 가운데 6명이 참석했기 때문에 굳이 이사회를 허위로 꾸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출장으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서면동의를 받았을 뿐, 의결 정속수를 채우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선 지난 4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광그룹 계열사 9곳이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건설에 8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부당지원했다며 과징금 46억 원을 부과한 바 있어 이번 금감원의 징계통보가 예의주시 된다.

일각에선 이 자금 중 일부가 이 회장의 구명로비자금으로 준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풍문이 나돌고 있어 태광그룹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편 이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22일 열린다.

재판부는 이번 달에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공판을 진행하고, 구속집행정지 기한이 끝나는 다음 달부터 매주 두 번 집중심리를 벌일 예정이다.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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