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막장드라마 완결판! 금융감독원 각종 비리 파문

[이범희 기자]= 양파는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범상치 않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마치 큰 목각인형 속에 작은 목각인형이 들어찬 러시아의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그 형태가 신기하면서도 벗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벗기는 사람의 눈은 따갑다. 눈물 콧물은 기본이며 재채기까지 유발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사태가 그렇다. 저축은행 비리에서 촉발된 수사가 금감원 감사위원들은 물론 금감원장들의 수사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인물이 추가 적발되면서 금감원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맡고 있다. 더욱이 금융권은 신뢰가 중요함에도 감독기관의 부도덕한 행동이 연일 보도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이 크다. 일각에선 금융권게이트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은진수 금감원 전 감사위원(이하 위원)이 구속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달 31일 은 전 위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전날 오전 11시께 은 전 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한 후 이날 새벽 1시께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앞서 김양 부산처축은행그룹 부회장의 측근이자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창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윤여성씨에게서 “은 전 위원에게 억 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윤씨에게 부탁해 친형을 지난해 3월 지방의 한 카지노 운영회사 감사로 등재한 뒤 급여 명목으로 매월 1000만 원씩 모두 1억 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때문에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종착역을 은 전 위원으로 지명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듯 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금융권이 쑥대밭(?)으로 변질되고 있다. 은 전 위원에 이어 김종창 전 금감원장도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은 전 위원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 검사 강도를 완화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김 전 원장은 자신이 한때 이사회 의장으로 있었던 아시아신탁이란 부동산신탁회사의 주식 지분을 지인에게 명의 신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그가 금감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작년 6월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90억 원을 투자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실질적 주주인 아시아신탁을 위해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열린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감사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부패와 특권은 축출돼야 하며 권력은 정의로워야 하고 시장은 공정해야 한다”며 “은 전 위원의 비리 연루 혐의 등 감사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도 이번 은 전 위원의 비리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은 전 위원이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을 거쳐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냈던 인물이기 때문. 또한 ‘BBK사건’에서 이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했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 인사가 거론될까 검찰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skycros@dailypot.co.kr
#금감원의 굴욕…역대 원장 7명중 5명 검찰 소환
금융감독원은 금융계의 검찰로 불리지만 정작 검찰 앞에서는 ‘독 안에 든 쥐 신세다’. 역대 금감원 수장 7명 중 5명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것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던 초대 시절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초대 원장을 지낸 이헌재 전 원장은 2006년 9월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원장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의 고문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로비의혹을 받았다.
2000년 1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금감위 위원장과 금감원장을 지낸 2대 이용근 전 원장은 당시 퇴출위기를 겪었던 나라종금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와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돼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3대 이근영 전 원장 역시 지난 2007년 김흥주 삼주산업(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 로비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2001년 금감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씨가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4대 원장인 이정재 전 원장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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