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은 4·15총선과정에서 ‘노인폄훼발언’으로 의원직까지 내놓으며 한 차례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직에 오른 뒤 NSC를 포함한 외교안보통일분야를 총괄하는 ‘팀장’을 맡아 여타 후보군에 비해 한 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 정 장관의 든든한 후원군은 당내 ‘바른정치모임’이다. 이 모임은 민주당 신주류출신들이 주축이 돼 건설한 모임이다. 현재 이강래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신기남 전당의장, 정세균 국회 예결위원장, 이미경 문화관광위원장, 한명숙 상임중앙위원, 김한길, 정장선 의원 등 소위 ‘당권파’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하나회’라는 별칭까지 듣는다.
최근엔 박영선, 전병헌, 민병두, 채수찬, 최성, 노웅래 의원 등 정동영계로 불리는 초선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외연이 크게 확대돼 현재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원내대표 경선당시 천정배 의원을 당선시키면서 당내 위세를 실감케 했다. 또 ‘한국적 제3의 길’로 이름을 바꾸고 국회의원단체로 등록한 ‘화요조찬모임’도 친정동영계로 분류된다. 이 모임은 박영선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민병두, 정의용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유재건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안정적인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도 정동영 장관 측과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임에 소속된 조배숙, 정덕구, 김명자, 홍창선, 이계안 의원 등이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청래 의원과 명계남씨 등이 중심이 돼 결성한 국민참여연대에도 김현미, 박영선, 전병헌 의원 등 다수의 정동영계가 참여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친노그룹과 당권파 일부가 합세한 점이다.
국참연대는 전당대회와 향후 당내 경선과정에서 커다란 폭발력을 지니고 있어 정동영 장관과 코드를 맞출 경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친노직계 그룹인 일토삼목회 등도 당권파와 협력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정 장관과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재야세력이 가장 큰 후원자들이다. 이들은 원내 재야세력의 결집체인 ‘국민정치연구회’(국정연)를 중심으로 뭉쳐 있다. 장영달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해찬, 임채정, 유선호, 정봉주, 최규성, 이호웅, 배기선, 우원식, 선병렬, 이영호 의원 등 42명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 시절 김근태 장관이 중심이 돼 재야출신들이 모여 결성된 국정연은 지난 4·15 총선에서 재야 386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원내에 진출, 사실상 당내 최대 계파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발전은 민주당 시절 후보경선을 끝까지 치르지 못하고 도중 사퇴를 해야 했을 정도로 당내 세력이 미약했던 것에 비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국정연은 이같은 세력을 바탕으로 신기남 전의장의 사퇴 과정에서 이부영 의장 승계 카드를 관철시키는 힘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 문학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당내 의원 과반수인 76선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또 김 장관이 연기금투자와 관련, 당·정·청의 입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 파문이 일자 전면에서 이를 수습하기도 했다. ‘386’재야 운동권의 원내 진출도 김 장관에게 호재다.
전대협 제1기 의장인 이인영 의원과 제2기 의장인 오영식 의원, 제3기 의장인 임종석 의원 모두 김 장관 진영에 있다. 전대협 출신으로 당 열린정책연구원 부원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도 김 장관계로 분류된다. 당 밖에선 한반도 재단이 있다. 실질적인 김 장관의 베이스캠프로 불릴 만큼 김 장관의 차기 전략을 생산하는 곳이다. 현재 문용식 나우콤 대표가 사무총장을 맡아 재단을 이끌고 있다. 문 총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전주고 직계 후배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문 총장은 김 장관과 코드가 맞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반도재단은 현재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총리임명이후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이해찬 총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김근태 장관과 지지세력이 겹치는 약점을 갖고 있다.
민청학련세대인 이 총리는 김 장관이 중심이 돼 결성한 국민정치연구회 멤버로 지난 원내대표경선 과정에서 김근태계를 대표해 출사표를 던졌다가 당권파인 천 대표 진영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일약 총리로 임명되면서 정동영·김근태로 대변되던 여권의 차기구도에 변화를 몰고 왔다. 이 총리는 청와대가 새로운 국정운영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국정전반을 책임지는 실세총리가 되자,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친김근태계에서 새로운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급부상하며 두 장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총리에 대한 지지는 유시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유 의원은 이 총리가 조선·동아에 대한 전면전 불사 발언, 한나라당에 대한 폄하발언으로 곤경에 처하자 적극 지원사격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유 의원은 특히 이 총리의 총리임명과정에 힘을 발휘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원내세력분포에선 정동영·김근태 장관에 비해 밀리는 양상이다. 다만 김 장관과 지지층이 겹치는 재야세력 내에선 40대 이상 일부 의원들이 이 총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심’이 관건이다. 최근 정가에선 ‘노심’이 총리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친노진영의 막강한 후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총리가 조선·동아, 한나라당과의 대립각을 세우자, 친노진영에서 적극 지지를 보냈다. 당내 친노그룹은 물론 노사모 등 외곽그룹과 서프라이즈 등 친노네티즌 그룹이 이 총리를 지지하며 대권주자로 밀자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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