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사업 물려받아 승승장구 하는 재벌가 사위들

대한민국 1%로 꼽히는 재벌들의 삶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연예인과 재벌들의 일상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끌리는 법이다. 재벌들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나, ‘로열패밀리’처럼 화려하게 살지도 모른다. 동시에 평범한 우리네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일요서울]에서 연속기획으로 재계 오너가의 삶을 재조명해봤다. 다르지만 같은 듯 한 그들의 일상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사위도 자식이다” “재벌가의 사위들이 최고 경영인 대열에 합류했다”는 언론기사는 이제 쉽게 접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재벌사위들의 자녀들까지도 기업경영수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재벌가의 사위들이 오너 2·3세 못지않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핵심 요직에 등용되는가 하면 높은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재벌가 사위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재벌가 사위의 대표주자 중 한명이던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재벌가 사위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재계 대표 사위 -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재벌가 사위의 대표적인 인물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딸만 두고 있던 터라 이 회장 생전 당시부터 사위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현 회장은 고 이 회장의 큰딸 혜경씨의 남편이다.
현 회장은 자신의 진면목을 잘 드러내지 않는 ‘외유내강형CEO’로 평가받고 있다.
1977년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다 동양시멘트 이사를 시작으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현 회장은 첫 사업으로 1984년 일국증권(현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는 대형사고와 부실경영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터라 임직원들의 증권사 인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현 회장은 자본금 20억 원으로 일국증권을 인수, 불과 5년 만에 10대 증권사로 키워냈다.
이를 계기로 동양은 30년간 지속된 시멘트와 제과사업에서 탈피해 금융업 중심으로 업종 다변화를 일궈내는 성과를 이뤘다.
주목받은 CEO - 정태영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사위 파워’도 거세다.
정몽구 회장의 큰딸 성이씨와 결혼한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은 정형외과 전문의이면서도 의료벤처기업인 코렌텍의 대표를 맡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위아와 동해전장이 이 회사에 대규모 출자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둘째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도 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부문을 책임지는 CEO다. 적자였던 카드와 캐피털부문을 2007년 부터 동반 흑자로 돌려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다. 그의 부인은 정 회장의 둘째 딸인 명이씨다.
정 회장은 최근 해킹파문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경영리더십이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사고 발생 직후 사과기자간담회를 자처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신뢰를 다소 회복했다.
셋째 딸 윤이씨의 남편인 신성재씨도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의 사장직에 올라 경영전반을 챙기고 있다. 신 사장은 영업본부장 시절 1조 원대에 머물던 연간 매출액을 2조3000억 원대로 끌어올려 ‘정 회장’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평사원에서 임원으로 -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
삼성가의 사위들도 현재 요직에 있다. 이건희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삼성전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임씨는 삼성물산 평사원 출신으로 이건희 회장의 장녀 부진(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씨와 결혼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둘째사위인 김재열씨는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아들로 2000년 이 회장의 차녀인 서현씨와 결혼했다. 결혼 이후 제일기획 상무보로 삼성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2003년 초 제일모직으로 옮기면서 이듬해 상무로 승진해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으면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김씨의 직책은 제일모직 사장이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각국을 방문할 때도 지근거리에서 보필 하기도 했다.
안용찬 애경그룹 부회장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딸 채은정씨와 결혼,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다. 안 부회장은 1995년 30대의 젊은 사장으로 취임한 뒤 부채 비율을 대폭 줄이는 등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또 처남인 채형석 채동석 채승석 등과 함께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안 부회장을 장 회장의 사위보다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할 정도다.
크라운제과 윤영달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사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윤 회장의 딸인 자원씨의 남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신 사장은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며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인수 후 해태제과 관리재정본부장으로 핵심역할을 수행하던 신 사장은 2008년 멜라민파동 당시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박장석(56) SKC사장 역시 재계에서 손꼽히는 ‘사위 CEO’다.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둘째 딸 혜원씨의 남편인 박 사장은 1979년 SK그룹에 입사해 2004년 SKC 사장자리에 올랐다. 취임이후 박 사장은 SKC의 사업 구조 혁신에 착수해 비디오테이프 등 미디어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산업용 광학필름 등 핵심 사업에 집중했다. 이 결과 SKC는 태양전지용 폴리에스터필름의 글로벌 시장을 27% 이상 점유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EVA시트와 불소필름의 독자개발에 성공해 태양전지용 필름 3종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반면 창업주의 딸이나 사위의 경영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기업들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코오롱그룹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잠시 주춤 -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
또한 최근 물의를 일으켜 잠시 주춤하는 재벌사위 CEO도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다. 그는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인 이화경씨와 결혼했다.
담 회장은 1989년 매출액 1360억 원에 불과했던 동양제과(현 오리온)를 2008년 1조5000억 원 규모로 키워낸 인물이지만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재계에서는 능력만 있다면 재벌가 사위들의 경영참여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믿고 경영을 맡길 수 있는 인재풀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가 사위로 낙점될 정도면 경력과 능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재벌 총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경영자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재벌가 사위들의 경영참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경제부]
산업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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