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5.18 인정하는 세력 ‘건강한 보수’ 부정하는 세력 ‘병든 보수’”
박종진 “각종 가이드라인,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강제성 있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개그맨 이혁재가 합류한 일요서울TV 시사토크쇼 ‘주간 박종진’이 화제다. 이번 주 방송에서는 지만원 박사가 촉발시킨 ‘5.18 폄훼’, 여가부의 아이돌 가이드 라인, 황교안 당대표 당선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지난달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장에서 촬영된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 38회에는 박종진 앵커, 개그맨 이혁재,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출연했다. 하태경 의원은 보수인사 중 지만원 박사에 대한 비판을 가장 많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보수진영 내전”
“알갱이, 쭉정이 구분”
하태경 의원이 최근 여의도를 휩쓸었던 ‘5.18 폄훼’ 논란에 대해 “보수진영 내전”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제6간담회장에서 촬영된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 출연해 ‘5.18 폄훼’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재미있는 것은 이게 건강한 보수와 병든 보수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5.18을 인정하는 세력을 ‘건강한 보수’ 부정하는 세력을 ‘병든 보수’로 구분했다. 더 나아가 “‘친지만원 세력’은 병든 보수”라고 지칭했다.
하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알갱이, 쭉정이 구분이 된다”라며 “(그동안) 우리가 어디까지 보수라고 할지 경계가 애매했는데 지만원 씨가 딱 그어줬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8일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최로 5.18 진상규명공청회가 열렸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했던 지만원 박사가 주제발표 도중 “5.18 역사는 좌익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북한군 개입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다 증명이 됐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에게 알리느냐”라며 “모든 국민이 이걸 알면 감쪽같이 속아왔고 그들에게 충성하고 세금 뜯기고 사는 게 분해서 분노해서 일어설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 박사뿐만 아니라 이종명 의원은 “5.18 사태는 10년 20년 후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라며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학화된 사실을 근거로 북한군 개입 여부를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라며 “5.18 역사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우파 자유 보수의 가치는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이 공개되자 여의도 정가는 물론 전국에 비판 여론이 일었다. 결국 이 의원은 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고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후로 징계를 미뤘다. 세 명에 대한 징계안은 다음 달 7일 열릴 예정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도 상정될 예정이다.
지 박사의 5.18 북한군 개입설이 지속적으로 퍼지는 이유는 뭘까. 이혁재는 “지 박사님이 공학박사 출신이다”라며 “지적 스키마가 있는 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혁재는 지 박사가 만들었다는 수학공식 등을 설명했다. 이러한 능력이 있는 만큼 일반인들이 지 박사의 말을 들으면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똑똑하지 않으면 사기를 못 친다”라고 일갈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북한군 개입설’이 허위라는 내용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 박사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얼굴인식 분야 전문가인 명지대 최창석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지만원 씨가 북한 특수부대인 ‘광수’로 지목한 6명에 대한 얼굴인식 감정 결과 지 씨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방송에서 하 의원은 북한군 침투설의 근거가 되는 ‘광수(‘광주 북한군 특수부대’의 줄임말)’들을 분석한 ‘노숙자담요’라는 아이디를 쓰는 익명의 인물 아이피가 중국 연변으로 조회됐다고 말했다.
지 박사는 그동안 노숙자담요에 대해 미국정보기관 출신으로 영상분석전문가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 의원은 지 박사 비판을 위해 그동안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정규재, 국민행동본부 등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다고?
여가부의 아이돌 외모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놓고서는 박종진 앵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송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할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지난달 13일 성평등한 방송 환경 조성을 위해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개정·보완해 방송국 및 프로그램 제작사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안내서에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성별 균형성을 지향하며 성폭력·가정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선정적으로 보도하지 않도록 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항목은 부록에 있는 방송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세 가지로 ▲외모지상주의 가치를 전파하는 기획·연출 ▲획일적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 및 표현 ▲외모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연출 및 표현 등을 자제하도록 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부록 속 획일적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 및 표현 중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대체로 하얀 피부와 마른 몸매를 가진 아이돌 그룹 출연 논란으로 번졌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준이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 제재 및 규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박 앵커는 이러한 규정에 대해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라고 피력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여가부는 전혀 강제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앵커는 재차 “눈에 보이지 않는 강제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혁재는 “과거 정부 때, 한때는 지나친 문신을 못하게 했다”라며 “귀걸이 하지 마. 이렇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 그것에 맞춰 안 하면 되는데 (이번 경우처럼) 애매모호하게주면 스스로 알아서 기게 된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의원은 박 앵커에서 방송국이 방송심의규정 등을 위반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물었다. 이에 박 앵커는 “방송국 허가를 못 받는다. 재허가 받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여가부 등의 가이드라인이 실제 방송현장 관계자들에게는 강력한 규제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교안 전 총리 당선
“여·야 모두 좋아”
39회 ‘주간 박종진’ 촬영은 지난달 28일 서울 퇴계로에 위치한 일요서울신문 본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날 방송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진행된 만큼 신임 황교안 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방송에는 박종진 앵커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현 사무부총장, 이봉규 시사평론가, 개그맨 이혁재가 출연했다.
전날 치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황교안 후보가 오세훈 후보와 김진태 후보를 물리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황 후보는 선거인단(5만3185표), 여론조사 결과 환산득표수(1만5528표)를 합산한 결과 총 6만8713표를 얻어 당선됐다. 득표율은 50%를 기록했다.
오 후보는 선거인단 2만1963표, 여론조사 결과 환산득표수 2만0690표를 합산한 결과 득표율 31.1%에 해당하는 4만2653표를 얻었다.
김 후보는 선거인단 2만955표, 여론조사 결과 환산득표수 4969표를 각각 획득해 총 2만5924표로 득표율 18.9%로 집계됐다.
방송에서 박 앵커는 먼저 김 사무부총장에게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표 될 줄 알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사무부총장은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개인적으로는 “김진태 후보가 됐으면 제일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방송에서 황 대표에게 조언도 전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무사히 마쳤으니 축하한다”며 “황교안 후보가 후보시절에 자유한국당 내 다양한 지지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극단적인 주장도 했다. (하지만) 이제 끝났으니 그런 극단적인 주장을 반복하지 말고 미래로 가는 자유한국당이 될 수 있도록 당대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혁재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당선에 대해 “여당에도 좋고 야당에도 좋다”며 “황교안 대표 성향상 협상파트너로 여당에게 최적일거 같다. 총선을 준비하는 관리형 리더로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 앵커는 전날 전당대회 결과 속보 방송과 관련해 1등만 보도해 주고 2등을 보도해 주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사무부총장은 “속이 보이는 속보”라고 비판했다.
박 앵커는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서 2위가 궁금했던 이유에 대해 “국민이 궁금한 건 사실 2등이 누구냐다.”라며 “이걸로 자유한국당의 운명이 결정된다. 오세훈 후보가 2등을 해서 자유한국당이 ‘수구’ ‘꼴통’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안도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