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라이팅’이란 생명보험 계약시 계약자가 작성한 청약서상의 고지의무 내용이나 건강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보험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심사 과정을 말한다.
실제로 통상 보험사는 보험가입 전에 피보험자에게 청약서의 질문지를 통해 과거병력이나 현재의 건강상태, 직업, 운전여부 등 보험계약 체결에 중요한 사항을 확인한다. 이때 피보험자는 자신의 위험정도를 보험사에 사실대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고지의무라고 한다.
최근 김모(여·50)씨는 건강검진에서 유방에 물혹이 발견, 걱정스런 생각에 '의학상 문제 없다'는 대학병원 의사의 진단 결과를 제출한 후 H생명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며칠뒤 보험약관을 받은 김씨는 '유방 전기간 부담보'라는 판정을 받고 깜짝 놀랐다.
'유방 전기간 부담보'는 유방관련 암이나 질병으로 수술이나 치료시 관련 보험금을 받을 수 없음에도 납입 보험료는 같거나 할증되는 일종의 페널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알릴의무 개정 시행세칙'을 공표하면서 용종이나 낭종, 물혹 등 의료행위(입원, 수술, 통원치료 7일이상)가 필요 없는 미확정 질병일 경우 고지의무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당시 금감원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요즘은 기본검사와 정밀검사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면서 "과거 5년 이내에 한번이라도 정밀검사를 한 경우, 질병의 치료여부와 관계없이 고지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해 이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의 관련 시행세칙에 따르면 김씨는 유방에 물혹이 있다는 것을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보험사에 고지했기 때문에 언더라이팅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이다.
또한 고지의무 대상이 아니라면 보험사는 보험인수 시 차별적 언더라이팅을 해서는 안된다. '고지한 계약자와 고지하지 않은 계약자간'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각 보험사는 고지한 사람에게만 페널티를 주는 비정상적인 언더라이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언더라이팅은 H생명뿐 아니라 S생명, D생명, K생명 등 대부분 대형 보험사들도 다양한 이유를 들어 부담보로 빼거나 보험가입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형평성에 어긋난 언더라이팅이 향후 보험금 지급시 대량 민원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확진 질병에 대해서는 고지의무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최근 판례임에도 보험사는 고지한 사람에게만 페널티를 적용, 보험금 지급 때 계약자간 형평성 문제로 대규모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회가 다변화되고 있는데도 고지의무 관련 내용은 애매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4월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은 보험계약 전에 의사로부터 특정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 등을 받았더라도 추가검사, 또는 치료가 없었다면 계약 전 고지사항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즉 확진 받지 않은 질병은 고지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법 해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원론적 입장만 고수, 이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 하고 있다.
박한구 금감원 생명보험팀장은 "상식적으로 (보험사의 언더라이팅이)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보험사가 계약을 인수하는 것은 고유한 권한중 하나"라며 "(금감원에서) 이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류영상 기자 ifyouar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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