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일요서울TV '주간박종진' 화면 캡쳐]](/news/photo/201903/291421_210574_410.jpg)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2월의 끝자락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 등 국내외적으로 굵직한 정치 현안이 즐비했다. 일요서울은 4선 중진의원이자 정치권의 큰 인물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만나 이에 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당, 야당 헤매니 다음 해 총선 싹쓸이한다 생각해”
2월 말, 국내외 정치 판도를 좌지우지할 이벤트들이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개혁’을 표방하고 나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지난달 27~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그것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일요서울이 지난달 27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만나 관련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자유한국당이 변화되거나 개혁되기를 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시대정신에서 완전히 이탈한 거다. 국민 중 누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옹호하겠느냐. 지극히 극소수인 태극기 세력이 국민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역사는 단면을 잘라 꺼내 보면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항상 바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밝은 면으로 가는 역사를 거역했다. 국민들에게 또 다른 실망을 안겨줬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의 다음 해 총선 전망은.
▲다음 해 총선은 경우가 다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과거 정치에 대한 부담이 없다. 또 공안검사,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출신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해 정치 경험이 일천하지만 여러 능력을 갖췄다. 보수 대통합을 하는 데 최대로 노력할 것이다.
또 한국당은 우리와 체질적으로 다르다. 권력에 집중하는 ‘해바라기성(性)’이 있다. 그래서 본인(황 대표)이 경선 과정에서 요구했던 보수 대통합이 달성된다면 보수는 대연합할 것이다. 반면 진보 개혁 세력은 그러지 못할 경우 그가 주장하는 대로 (보수에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보수 대통합에 희망적인가?
▲황 대표의 노력에 달려 있다. 그는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 ‘도로 박근혜당’으로 회귀시키는데, 과거로 돌아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때문에 이 구각(舊殼)을 탈피하기 위해서도 보수 대연합을 부르짖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보수 대통합은 이뤄질 것이다. 만약 보수 대통합이 이뤄진다면 총선에서 무시할 수 없다.
-보수 대통합은 당 내부의 친박, 비박, 복권파와 관계없이 이뤄질까.
▲보도에 의하면 홍 전 대표가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각각 두 번했는데, 그를 따랐던 현역 의원들이 완전히 보따리 싸서 황 대표에게 갔다더라. 이런 부분이 진보 개혁 세력과 다르다. 이들은 권력지향적이고 해바라기성을 지녀 모두 (황 대표에게) 몰려갈 거다. 다음 해 총선에 비판이 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을 업지 않고서는 영남권에서 당선되기 어려우니 자신들을 위해 홍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까지도 통합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단한다.
-한국당 지역위원장에서 배제됐던 이들이 황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전대 이후 그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그것은 모른다. 강을 만났으면 고무보트를 버리고 가야지, 그것을 끌고 가면 성공한 대표가 될 수 없다. ‘보수 대통합’이라는 기치를 들고 과감하게 이를 탈피해 나가면 성공하고, 고무보트를 끌고 다니면 실패할 것이다. 두고 봐야 한다.
-황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됐어도 다음 해 총선까지는 가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는데.
▲나도 그렇게 본다. 왜냐하면 정치력을 아직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당권과 대권을 생각하는 주자들이 (황 대표가) 그저 밥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숟가락, 젓가락 놓겠느냐. 헐뜯고, 흔들고, 많은 비난이 따를 것이다. 황 대표가 이것을 견뎌낼 수 있는지, 그에게 적응력과 정치적 순발력이 있는지는 모른다. 지금 현재는 한국당과 황 대표 모두 안 가본 길을 가고 있다. 제대로 갈지 안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황 대표 체제에 들어서면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
▲내부에 있을 거다. 시대정신을 반영해 박 전 대통령을 뛰어넘자는 오 전 서울시장이나 가장 공격적인 태도를 띠는 홍준표 전 대표 같은 인물들이 있을 거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민주당에게는 ‘북경노적사(북핵·경제·노동계·적폐청산·사법부)’라는 다섯 개의 쓰나미가 오고 있다. 북핵 문제는 완전한 비핵화가 없을 경우 남남(南南)갈등이나 미미(美美)갈등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문제는 경제다. 아버지 부시가 걸프전에서 승리해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지만 경제가 나쁘니 대선에서 당시 아칸소의 주지사였던 클린턴에게 패배했다. 이때 나온 말이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대선 당시 빌 클린턴 선거운동 본부에 걸린 간판 표어 중 하나로, 클린턴 후보의 선거 운동 표어로 활용됐다)”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적폐청산으로 1~2년 동안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결국 IMF 외환위기를 불러와 경제를 망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권교체의 길을 내줬다. 또 가장 신뢰받던 사법부는 현재 붕괴 직전이다.
‘북경노적사’라는 쓰나미를 문 정부와 민주당에서 잘 관리해야 하는데 이에 관한 전략을 가진 사람이 청와대, 정부, 민주당에 없다. 그럼에도 다음 해 총선은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헤매고 있기 때문에 싹쓸이한다는 오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골프와 똑같다. 고개 쳐들면 진다. 민주당이 그 길을 가고 있다고 본다. 나는 문 대통령이 성공해 진보 개혁 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통합해 뭉쳐 가는데 진보는 오만에 빠져 분열의 길로 간다면 다음 해 총선도, 정권 재창출도 어렵다.
진보 개혁 세력이 현재 붕괴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판을 받고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복권도 안 됐다. 여러 사람들이 사법 처리의 기로에 서 있고, 뚜렷한 후보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진보 세력이 많은 대권 후보를 가지고 있어 이들이 경쟁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 보수가 뭉치면 진보 개혁 세력도 뭉쳐야 한다. 통합이 안 되면 연정으로라도 풀어서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하고 총선도 승리해야 한다.
정권 재창출을 하지 않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문제가 파탄 난다. 특히 내 입장에서 보면 호남은 완전히 박멸 당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평화당의 총선 운명은.
▲문 정부는 호남에서도 과거처럼 높은 지지를 받지 않는다. 호남이 대북관계와 적폐청산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지만 지금도 8개월 전 지방선거 때보다 지지율이 3~40% 정도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민주평화당이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가 1년보다 훨씬 더 남았기 때문에 호남에서도 결코 민주당 일당(一黨)으로 독선적으로 나가지는 못할 거다. 우리(평화당)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