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한국으로 반입된 폐기물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news/photo/201903/291317_210492_2322.jpg)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전국적으로 불법투기‧방치된 폐기물이 120만3000t에 달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전체 불법 폐기물의 41%(49만6000t) 가량을 올해 중 처리하고, 나머지는 원인자 규명을 거쳐 2022년까지 모두 처리한다는 목표다. 치우는 데만 3년이 넘게 걸릴 예정이다. 환경당국의 느슨한 관리가 120만3000t에 달하는 불법폐기물을 양산해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단속 강화, ‘조직폭력배 개입 음성화’ 낳나
환경부는 지난달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69차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불법폐기물 관리 강화대책’을 논의‧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범부처 차원의 ‘불법폐기물 근절대책’에 따라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불법 폐기물은 총 120만3000t이다.
조업 중단‧허가 취소로 폐기물처리업체 내 쌓여있던 방치폐기물 83만9000t(69.7%), 임야‧임대부지 등에 버려진 불법투기 폐기물 33만t(27.5%), 해외 수출이나 국내로 재반입할 목적으로 적체돼 있던 불법수출 폐기물 3만4000t(2.8%)이다.
성상(性狀·사물의 성질과 상태) 별로는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폐기물이 약 63만6000t(52.8%)이었다. 나머지 56만7000t(47.2%)은 건설폐기물과 같은 불연성 폐기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14개 시‧도 235곳에서 불법폐기물이 확인됐는데, 이중 경기도가 69만700t(57.6%)으로 가장 많았다. 수도권 지역 폐기물의 유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북(28만8700t), 전북(7만8600t), 전남(3만2400t), 강원(2만8300t), 충남(2만7900t), 인천(2만600t), 충북(1만4300t), 경남(7800t), 서울(5000t), 부산(4200t), 울산(2500t), 광주(2100t), 대구(300t)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올해 전체 불법폐기물의 41.2%인 49만6000t을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방치폐기물의 55%에 해당하는 46만2000t과 불법수출 폐기물 전량이다.
나머지 70만7000t(58.8%)은 원인자를 색출한 뒤 2022년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폐기물 종류별로는 45개 업체가 적체해둔 전체 방치폐기물 83만9000t 중 49만6000t은 처리 책임자가, 그 외 34만3000t은 행정대집행으로 저리한다.
방치폐기물 발생 업체가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을 사용해 즉시처리 가능한 7만5000t(9%)은 상반기 중 처리하고, 이행보증 범위를 초과하는 42만1000t(50.1%)은 처리 책임자에게 연내 일제 조치명령을 내린다.
불법수출 폐기물 3만4000t 중 필리핀에서 되돌아온 4600t은 이달 중 행정대집행으로 처리된다. 그 외 수출을 목적으로 수출업체 8곳에서 적치된 폐기물 약 3만t은 해당업체와 토지 소유자에 의해 전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인력 부족에
권한도 없어
정부가 뒤늦게 전수조사까지 해가며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의 공공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인력 증원 계획이 수반돼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논의‧확정한 대책의 핵심은 폐기물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재활용 수요와 소각 용량을 늘리고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의 공공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 폐기물 관리를 맡게 될 지방자치단체 인력 증원이 빠져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현재도 공무원 1~2명이 수백 개 업체를 관리하는 실정이라 민간 영역에서 담당해오던 생활폐기물까지 손댈 여력이 없는 상황.
또 단속을 강화한다지만 지자체는 권한이 없는 데다 행정대집행도 예산을 이유로 거의 추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단속 강화가 조직폭력배 개입을 통해 음성화되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송형은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자체 입장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적정한 인력이 배치되도록 행정안전부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는 수준의 답변만 내놓았다.
고형연료(SRF)
‘애물단지’
또 폐기물 업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형연료(SRF) 품질검사를 완화하는 방안 역시 경기도 내 고형 폐기물 연료(SRF) 제조‧사용업체 3곳 중 1곳이 불법 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과연 적합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RF는 과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육성했으나 지금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환경 파괴주범으로 몰려 애물단지가 됐다. 재활용 업체들은 SRF 수요가 줄고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서 그 원료로 쓰이는 폐비닐을 수거할 이유가 사라졌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전국 가정집에서 나온 폐비닐 41만8000t의 70% 이상은 SRF로 만들어져 발전소 등에 팔리고 나머지는 소각‧매립됐다.
송 실장은 “폐기물을 물질 재활용, 에너지 재활용, 잔재물 소각 등 세 가지 흐름에 맞게 흘러(처리)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모두 다 막힌 상황”이라며 “SRF 완화와 같이 이 흐름을 조금은 뚫어주는 대책을 검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도‧파산 시 방치 폐기물의 처리 이행을 사전에 보증하는 ‘방치폐기물 이행보증제도’의 처리 단가를 현실화하고, 보증 범위를 현행 허용 보관량의 1.5~3배에서 3~5배 확대하는 방안도 논란이다.
결국 허용량을 초과하면 이 제도만으로 비용 조달이 되지 않아 처리업체에 치우게 하거나 행정대집행을 하게 되고, 민간 보증보험과 폐기물처리공제조합으로 이원화 돼 있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2012년 고시 후 유지돼 온 단가와 안전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적법과 불법 업체 간 이행보증금 차이가 확실히 나도록 설계하려는 것”이라며 “보증보험사는 관리 기능이 없는 만큼 가입 가점을 줘 공제조합으로의 가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