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복층 구조의 초대형 항공기 A380이 이날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대한항공 품에 안기에 된 것은 항공산업의 미래를 내다 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미래 항공 수요에 대비하고 글로벌 명품 항공사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A380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03년 6월 프랑스에서 개최된 파리에어쇼에서 에어버스와 A380 차세대 항공기 8대를 구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제주에서 에어버스사와 정식 구매 계약을 맺었다.
대한항공의 현존하는 민간 여객기 중 가장 크고 가장 비싼 A380의 대거 도입 발표는 세계 항공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항공업계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여파로 인해 장기 침체를 겪고 있었다.
9∙11테러로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최대 항공사들은 파산 위기에 몰렸으며, 이에 따라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들도 주문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경영난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 3월 이라크전이 발발하면서 고유가 여파로 항공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가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창 개발 중이던 A380 항공기를 한 번에 8대씩이나 구매하기로 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모험이었다.
그러나 조양호 회장은 특유의 판단력과 뚝심으로 A380 구매를 추진했다. 다른 항공사들이 항공기 구매를 꺼리면서 항공기 가격이 낮아졌을 때가 미래를 대비해 최신 항공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A380 도입을 결정한 것은 고유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 등이 사업 변수가 되는 미래에 차세대 항공기의 경제성과 연료 효율성, 친환경적 특성은 지속 가능경영을 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계 항공시장 성장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대형 항공기 중심의 대량 항공 수송 경쟁 시대가 열리면 A380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횡단 노선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었다.
조양호 회장의 항공 시장 변화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 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A380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항공사들이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지난 2007년 10월 상업 운항을 시작한 이후 올 4월 현재까지 항공사에 인도된 A380 차세대 항공기는 46대다. 현재 에어버스사가 전 세계 항공사로로부터 주문을 받아 놓은 A380 차세대 항공기는 무려 234대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A380의 조기 도입 결정으로 뒤늦게 도입을 결정한 다른 항공사 보다 훨씬 싼 가격에 A380을 들여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항공수요가 살아난 뒤 도입을 결정한 항공사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에 A380을 들여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 2월 A380 2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하면서 2014년까지 총10대의 A380을 들여오게 된다.
한편 대한항공 A380은 현재 A380 운영 항공사 중 최소 좌석 규모인 407석으로 운영한다. 좌석 규모를 늘려 승객을 더 많이 수송하기 보다는 여유 있고 쾌적한 기내 공간을 제공해 고객들에게 더 큰 여행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또한 비즈니스 좌석 94석으로 채운 비행기 2층 앞, 뒤에는 비즈니스 승객들이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내 바(bar)도 마련했다. 1층 뒤쪽에는 A380항공기 최초로 기내 면세품 전시공간도 마련해 화장품, 주류, 향수, 액세서리 등 면세품 구입을 원하는 승객들의 편의를 높였다.
이민정 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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