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부진불생(不進不生)론’을 바탕으로 수출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벽두부터 글로벌 사업 역량강화를 위해 글로벌리티 수준 제고를 화두로 들고 나왔고, 그 해 10월 베트남에서 열린 CEO세미나를 통해 ‘나아가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부진불생(不進不生)론을 제시했다.
최 회장이 부진불생론을 제시한 후 2005년 12조원 규모에 불과하던 SK그룹의 수출규모는 지난해 30조원에 육박해 5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SK그룹은 올해 수출 30조를 넘어 40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SK그룹은 수출을 하고 있는 제조업 관계사와 건설 관계사 등 7개 계열사의 수출이 약 1조~2조원이 부족해 안타깝게 30조를 돌파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수출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동분기 대비 41.4%나 증가한 8조790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수출액 40조원 돌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올 1분기 SK그룹의 제조부문 수출 규모는 1분기 국내 전체 수출(114조9800억원)에서 6.2%를 차지했으며, 이는 5년 전인 2006년 1분기 3.9%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석유와 화학 부문 계열사들의 수출 증가는 국내 기업의 올 3월 수출액(486억달러)과 1분기 수출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SK그룹의 수출액 상승은 인수합병(M&A) 등 외형성장 없이 기존 계열사들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통한 내적 성장만으로 이뤄져 더욱 값지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그동안 대표적인 내수기업으로 분류됐으나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수출을 비약적으로 늘리면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 취임직전(1997년) SK제조업의 30.8%에 불과했던 수출비중이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된 2006년에 50.3%를 기록해 처음으로 수출비중이 50%를 넘었고, 지난 1분기에 60%를 넘어섰다.
또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수출은 26조원을 넘어서 대표적인 수출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차의 지난해 수출실적(21조 1701억)을 제치고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출을 하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으로 거듭났다.
SK그룹의 수출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SK이노베이션 및 자회사 3인방(에너지, 종합화학, 루브리컨츠) 및 SK케미칼, SKC의 글로벌 성장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며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룹의 대표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등 신흥시장 공략과 분사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 지난해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최근 5년간 100조원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기업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물적분할 이후 전체 매출대비 수출 비중이 50%를 넘었으며 지난해에는 수출비중이 59%에 달했다.
SKC, SK케미칼, SK네트웍스 등 다른 계열사도 SK그룹이 수출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일조 했다.
SKC는 지난해 총 매출 1조4633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6707억원을 수출했다. 이 회사의 수출액은 지난 2009년(4926억원)대비 1781억원 늘어났고 총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 증가한 45.83%를 기록했다.
SK네트웍스도 지난해 수출 5조14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4조6769억)대비 4683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SK케미칼의 지난해 수출액(4852억)은 총 매출액 중 비중이 40%에 육박하며 수출 강자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이 계열사들의 수출 총액은 10년전 6조4000억원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 글로벌 성장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 10여년 만에 약 5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M&A 등 새로운 사업의 확대가 없는 상황에서, 순전히 해외시장 개척, 분사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의 내부 역량강화를 통해 수출을 늘려 온 것에 주목하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수출액은 무난히 30조를 돌파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주력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글로벌 확장을 통한 성장 전략을 강력하게 실천해 온 결과”라며 “올해 SK에너지와 종합화학 등이 분사되면서 수출에 역량을 집중하게 되면 1~2년 내에 40조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옥주 기자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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