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의원들이 운동과 사우나를 즐길 수 있어 피로를 푸는 데는 그만이다. 이곳은 냉랭한 정국을 푸는 장소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간혹 여야 총무들도 이곳 사우나에서 뜨겁게 만나 정국을 토론하며 꼬인 의정의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고 한다.그러나 이곳은 남성의원들 전용이었다. 국회의원 대다수가 남성이다 보니 여기는 남성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16대 국회 때 여성 의원들이 여성 사우나 건립을 요구했지만, 국회 사무처는 예산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바로 건립되지 못했다.17대 국회는 역대 국회사상 가장 많은 여성의원들이 입성했다. 여성 의원들이 많아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일까. 4억의 공사비를 들여 여성 사우나실인 ‘여성전용 건강관리실’을 지었다. 국회 사우나에도 남녀 평등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성전용 건강관리실은 국회 의원회관 지하2층 남성 의원 사우나실(의원 건강관리실)옆에 위치해 있다.규모는 남성 의원 건강관리실의 3분의 1정도. 여성의원 수가 남성 의원 수보다 아직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이용자 수를 감안하여 남성의원 건강관리실 보다 작은 규모로 지었다.찜질방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전용 건강관리실은 미용실, 헬스장, 목욕탕, 수면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용실은 한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고 미용사 한명이 근무한다. 사우나를 이용하는 여성의원들은 이곳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헬스장은 40여평의 규모로 러닝머신을 비롯해 각종 운동기구들이 비치돼 있다.목욕탕은 20여평 정도의 규모. 이곳에는 온탕과 냉탕을 즐길 수 있는 두개의 큰 욕조가 있으며 그 옆에는 사우나실이 붙어있어 피로를 풀 수 있게 했다.수면실엔 뒤로 젖혀지는 수면의자 3개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여성 의원들은 잠시 눈을 붙이곤 한다.회원제로 운영되는 여성전용 건강관리실은 현재 39명의 여성의원 중 18명의 여성의원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회비는 연회비로 납부하며 1년에 60만원, 한달에 5만원 꼴이다. 이곳을 주로 이용하는 여성의원은 전여옥, 이은영, 홍미영, 이미경, 이혜훈, 김영숙, 심상정 의원 등이라고 한다.여성전용 건강관리실은 아침 6시에 문을 열어 주로 저녁 7시쯤 문을 닫는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국회 본회의가 있는 날이면 이곳 역시 본회의 일정에 맞춰 늦게까지 문을 닫지 않는다.여성의원들은 주로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에 건강관리실을 찾아 운동을 하고 피로도 푼다고 한다.
의원들의 일과시간에는 이용자가 없어 점심시간 직후 기자는 금남의 구역을 방문할 수 있었다.일부에서는 “소수의 인원 때문에 사우나실을 운영한다는 것이 낭비”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또 “여성의원들이 건강관리실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해놓고 막상 만들어 놓으니 이용자가 적다”며 건강관리실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다른 한편에서는 “일정이 바쁜 국회의원들이 언제 시간을 쪼개 외부의 사우나를 가겠냐”며 “소수의 이용자라도 여성의원들이 이곳에서 머리도 식히고 정보도 교환하는 교류의 장이 된다면 사우나 운영의 비용은 낭비라고 볼 수 없다”고 옹호한다.규모와 시설에 비해 너무 소수의 인원만이 이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 후생복지위원회측은 “건강관리실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후생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남성의원 건강 관리실 ‘북적’
국회 남성 건강관리실을 이용하는 남성의원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민병두 의원은 주로 러닝머신을 이용한다고 한다. 신기남, 김영춘, 임종석 의원은 가끔 오후에 들러 수면실을 이용한다. 임종인 의원과 남경필 의원은 대표적인 ‘몸짱’이다. 이들은 러닝머신보다는 상체근육을 단련시키는 헬스 기구들을 주로 이용한다. 17대에는 운동을 좋아하는 젊은 남성의원들이 많이 늘었다. 이 때문인지 지난 16대에 비해 17대에는 남성 건강관리실의 이용률이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여성 건강관리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남성 의원들의 수가 현저히 많은 점도 있다.남성의원 건강관리실 회비도 여성쪽과 같이 연회비 60만원이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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