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3월 산업 현장에 봄바람 대신 파업 태풍이 불 조짐이다. 노동조합들이 줄줄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마저 대규모 파업을 앞두고 있어 대규모 노사 분쟁이 예상된다. 불법을 제외한 파업은 법으로 정한 노동자들의 권리이지만, 일부 노조의 경우 회사가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조차 사측의 대화를 거부하고 파업을 강행해 눈총을 받는다. 재계는 ‘거듭되는 파업으로 인해 경쟁력이 악화되고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정당한 파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경영계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한다”
노동계 “정당한 파업, 철회 안할 것”
산업계가 ‘노조 리스크’에 휩싸였다. 노조가 경영진에 대한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파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하락세에 빠진 르노삼성차의 경우 사측이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위해 본협상 자리를 만들자며 ‘대화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거부 의사를 밝히며 파업을 예고해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조는 27일 도미닉 시뇨라 대표가 제안한 17차 임단협 본협상을 거부했다. 노조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날부터 28일까지 주·야간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부분파업을 진행한 르노삼성차는 역대 최장기간 파업으로 생산 차질 9000여 대와 16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98%에 달하던 공장가동률은 지난달 75%까지 떨어졌다.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차가 유일하다.
앞서 지난 26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노조와 회동한 시뇨라 대표는 신차 배정 및 후속 물량 확보 등 경영 일정상 노사협상을 3월 8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뇨라 대표가 “생산 물량 확보와 영업 판매를 통해 지속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노조도 같은 생각이기를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노조는 대화 대신 파업을 선택했다.
“회사 매각 반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회사 매각’ 이슈를 두고 다음 달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투표에 참여한 현대중공업 노조원 51.58%가 쟁의행위 돌입에 찬성했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1만438명 가운데 9061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86.81%를 보였다. 개표 결과 쟁의행위 찬성은 5384명으로 51.58%, 반대는 3606명인 34.58%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쟁의행위 가결에 대해 “2018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 총회와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됨에 따라 2018년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대우조선 인수 반대투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이날 찬반투표는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켜 재교섭을 통한 대우조선 인수 반대 파업투쟁을 이어가자는 의견과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2019년 투쟁에서 인수 반대 투쟁을 이어가자는 현장 여론이 있었는데 조합원들은 후자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노조는 금속노조, 조선노연 사업장과 함께 대우조선 인수매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투쟁과 연결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대우조선 인수반대 투쟁을 병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지난 18∼19일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 조합원 5611명 중 5242명이 투표에 참여해 4831명으로 92.16%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반대는 327표로 6%에 불과했다.
3월 대규모 파업
민주노총도 다음달 6일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3월 6일 하루 총파업을 하고 같은 달 말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친 재벌 정책’과 ‘노동 개악’으로 간주하고 투쟁 강도를 높여 이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민주노총의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현재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최종 도출했지만,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노조의 동의 없이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업은 물론 정부조차 노동자를 위한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노동 탄압에만 혈안이 돼 있다. 정당한 파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며 “최근 산업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산재 사고들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파업만 강행해서는 기업도 죽고 노동자들도 죽는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