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式 개혁, LH 경영정상화 일군다
이지송式 개혁, LH 경영정상화 일군다
  • 김형섭 기자
  • 입력 2011-05-23 11:19
  • 승인 2011.05.23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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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어느 토요일 점심시간. 당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작업을 위해 분당에 마련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설립준비단 사무실에서는 재미있는 풍경이 벌어졌다.

LH 사장 내정자인 이지송 사장과 주공과 토공의 처·실장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이 사장은 빠른 업무 파악을 위해 주말에 양 공사의 간부들을 모두 불러 모아 면담을 진행하던 중 밥 먹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점식 메뉴를 햄버거로 결정했다.

설립준비단의 한 관계자가 "CEO가 햄버거로 점심을 때워도 되겠냐"고 묻자 이 사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완벽하게 양 공사의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지 사장의 권위와 형식을 내세우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0월 LH가 출범한 이후 1년 7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LH는 조직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끝마쳤으며 당면 과제인 경영정상화를 위한 행군을 하고 있다.

통합전 경쟁관계에 있던 주·토공을 한 식구로 만들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이끌어낸 것은 '이지송식(式)' 리더쉽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 '우리는 한 가족' 내부의 벽 허물기

이 사장은 지난 2009년 10월 LH 출범 직후 대규모 이벤트를 기획했다. LH의 가족이 모두 하나 된다는 의미를 담은 '새가족 어울림 한마당'이 그것이다.

주·토공 시절의 이질적 기업문화와 상호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직원과 가족 약 1500명이 참석했다. 이 사장은 "우리는 한 가족이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귀한 사람, 천한 사람 없이 우리 모두가 10월1일 이후에는 한 가족이 됐다."며 화합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했다.

'우리는 한 가족'을 강조한 이 사장은 부서별 워크샵과 직급간 연수원 합숙 등 다양한 직원융화 프로그램을 내놨다. 또 2010년 정기인사에서 혼합배치가 부족했던 지역본부, 사업본부 등 기관별 고유사업부문에서 출신에 관계없이 정원의 30% 이상을 섞어 배치했다.

올 들어서는 상위직의 혼합배치가 어려운 주택사업부문과 산업경제부문에 하위직급이 최대한 혼합되도록 부서장과 주요직무부장을 교차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특정 출신 편중 부서수는 2010년 39개 부서에서 2011년 10개 부서로 감소하는 등 화학적 통합이 완성되는 성과를 거뒀다.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으로 '거듭나는 LH' 만들기

이 사장은 조직혁신과 인적쇄신으로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초 LH는 역량 있는 차세대 간부 직원을 발굴하고 현장중심의 조직 개편을 위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1·2급 총 80여개 직위에 젊고 참신한 하위직급을 발탁해 상위 직급에 배치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벗어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사람이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시금석"이란 이 사장의 지론에 따른 조치다.

특히 LH는 지난해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샵 우수사례로 선정된 3단계 인사검증시스템을 한 층 더 강화시켜 보다 투명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7단계 인사 검증시스템을 확립했다.

조직도 본사의 지원 조직은 대폭 축소하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현장조직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사 부서를 통폐합해 8개 처·실 및 24개 팀을 과감히 축소하는 한편 본사 인원 약 25%인 500여명을 지역본부 및 직할사업단으로 분산 배치했다.

올해에도 1급 조직인 처·실 중심의 업무수행체계를 2급 조직인 '부' 중심 업무수행체계로 강화했으며 교수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2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쳐 주거복지부문을 강화했다.

◇경영정성화도 한 계단씩 '착착'

지난해 12월8일 LH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 법안은 보금자리주택 건설, 산업단지 조성등 국책사업으로 인해 손실을 본 경우 국가가 손실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LH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였다.

이후 이 사장은 LH의 최대 현안인 사업조정을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 사업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 일부의 반대에도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지난해 12월29일에는 약 1년 이상을 준비해온 LH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LH의 부채는 2010년말 기준으로 총 125조원이며 이중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부채는 90조원으로 하루 이자가 약 100억원에 달한다. 국민임대주택 건설, 세종․혁신도시 조성 등 의 정책과 임대주택사업으로 2004년 이후 급증세를 기록중이다.

이 사장은 "부채 규모가 크긴 하지만 147조원의 자산이 남아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향후 2~3년간의 유동성 극복은 넘어야할 큰 산"이라고 말했다.

자산 규모가 부채보다 커 최악의 사태를 빚지는 않겠지만 당장의 유동성 위기로 정부의 주택정책을 수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위기 해결을 위해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LH는 2012년까지 인력의 25%인 1767명을 감축하고 임금 10%를 반납키로 했다. 또 집단에너지사업 등 고유목적인 토지·주택 외 사업의 정리와 원가절감, 유동성 및 사업시스템 개선등 경영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경영쇄신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장은 "2014년부터 사업비의 투자 보다 회수가 많아져 사업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게 되고 자금조달용 채권 발행 역시 매년 6~10조원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부터는 부채증가 속도가 둔화돼 금융부채비율이 2014년부터 하락하고 금융부채의 절대규모는 2017년부터 감소하게 될 것으로 자신했다.

◇올해 사업조정·판매극대화·사업성개선에 방점

이 사장은 3월 조회사에서 영리한 토끼는 3개의 굴을 파서 위기를 헤쳐 간다는 토영삼굴(兎營三窟)이란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올 한해 경영에 있어 '사업조정'으로 재무안정의 기반을 마련하고 '판매극대화'로 사업재원을 확보하며 '지속적인 사업성 개선'으로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높여가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LH는 올해 사업계획에서 재무개선 기조를 유지하고 재원확보가 가능한 범위내인 약 30조원으로 사업규모를 설정했다.

사업자금은 적극적인 판매촉진을 통한 자체자금과 금융시장을 통한 외부차입자금 및 정부지원 등으로 최대한 마련하고 자금여건에 따라 사업규모를 신축적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이 사장은 "말로만 하는 형식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이 아닌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혁의 성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생존을 넘어 진정한 친서민 국민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경영정상화의 의지를 밝혔다.


김형섭 기자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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