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최근 6개월 사이 한국당이 대검찰청을 찾아 항의 시위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총장은 우리가 전날 오늘 일정에 대해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라며 "왜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총장이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 수사에서 국민의 검찰이라기보다는 정치검찰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라며 "왜 검찰총장은 '수사를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정권과 같은 잣대로 하고 있다'고 말을 못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에게 묻는다. 조국 수석이 통제 운운했는데 어떠한 지시를 받았고, 어떠한 가이드라인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라며 "한국당은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검찰 행태에 대해 다시 한 번 개탄을 금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함께 갖고 있는 의혹을 검찰이 끝까지 제대로 검사해주길 촉구한다"라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안을 어떤 일이 있어도 관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검찰총장 도피 사건으로 규정한다"라며 "오늘은 대한민국 검찰사의 치욕의 날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오만방자한 태도"라며 "헌법기관을 60여명이 찾았는데 오전 10시부터 이 시간까지 무려 5시간을 기다리게 하다가 불과 10여분 전에 오늘은 만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건 국회와 국민을 어떻게 보고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 당이 고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조사가 미진하다며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문 총장이 서부지검 지도방문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워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당은 전날 대검찰청에 방문 일정을 알렸지만 문 총장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자리를 비웠다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이에 의원총회 장소를 기존 국회에서 대검찰청으로 변경하는 등 항의 수위를 높였다. 대검 측은 문 총장의 서부지검 방문은 예정된 일정이고, 한국당 방문 일정이 문 총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대검찰청에는 60명의 의원이 간단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한국당은 국회로 자리를 옮겨 의원총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정재 대변인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문 총장이 아무런 이유 없이 줄행랑을 쳤다. 도망쳤다"라며 "누군지 모르겠지만 청와대가 대검 총장조차 통제하고 있지 않은가 확신이 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