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꿈’ 위해 몸집 불리기 시작됐다
차기 대권 ‘꿈’ 위해 몸집 불리기 시작됐다
  • 이인철 
  • 입력 2004-12-03 09:00
  • 승인 2004.12.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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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를 준비하는 한나라당 ‘잠룡’들이 원내 우군확보를 위해 서서히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선 지역 당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주주격인 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잠룡들의 이런 움직임은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곳에 줄을 설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며 대세를 관망중이다. 현재 대표적인 차기주자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3인방과 변수가 될 이회창 전총재의 조직을 대해부했다. 현재 당의 얼굴인 박근혜 대표는 97년 정계입문 이후 주류보다는 비주류로 활동해 왔던 탓에 이렇다할 계보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을 위기에서 건질 ‘구원투수’등장, 지난 4·15총선과 6·5재보선 등에 혁혁한 공로를 세우며 서서히 세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박 대표를 측면에서 지지하는 세력은 남경필 수석 부대표, 원희룡 최고위원 등이 주축이 돼 결성돼 있는 ‘수요모임’등 당내 소장파 그룹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가 당 전면에 등장하면서 함께 세를 확장한 소장파 그룹은 당 내부 개혁을 주장하며 박 대표의 지원군을 자임하고 있다. 또 현재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김덕룡 원내대표와 김형오 사무총장도 박 대표에겐 든든한 후원자다. 여기에 ‘박세일 사단’으로 통하는 박세일·박형준·박재완·윤건영 의원 등 초선 전문가그룹도 박 대표를 지지하는 막강 후원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여의도 연구소를 통해 한나라당의 2007년 집권전략을 구상하고 있어 향후 박 대표의 브레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해야 될 대목은 과거 ‘이회창 캠프’의 사람들이다. 진영 의원은 과거 이회창 전 총재의 특보에서 대표비서실장을 맡아 ‘박근혜 맨’으로 변신했고, 이한구 의원도 정책위원장을 맡아 박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하며 당내 타 후보군에 비해 한 걸음 앞서 있지만 정작 내부에선 그다지 낙관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당내 분위기다. 특히 수도이전 위헌 판결이후 이명박 서울시장이 급부상하자, 박 대표 측은 자칫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같은 위기감에서인지 박 대표는 최근 당직자들을 집으로 초청하는 등 ‘스킨십정치’에 나서며 당내 우군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실제 당내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스킨십 정치에 나서게 된 배경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다투며 당내 타 후보군에 비해 한 걸음 앞서 있지만 정작 내부에선 그다지 ‘낙관할만한 상황이 아니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킨십 정치에 나선이후 박 대표의 우군들은 점차 늘고 있다. 당내 의원들이 술을 대신 마셔주겠다며 박 대표의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일명 ‘흑기사’모임은 곽성문 당 홍보위원장이 주도 권경석, 유기준, 김정훈, 주호영, 주성영, 이명규, 김재원, 김태환 의원 등 15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정치적 의미를 두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측면도 있지만 당내에선 친박근혜 쪽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최근 김정훈 의원의 주도로 결성된 ‘중도우파’초선들의 모임 역시 박 대표 지지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궁극적인 목표가 대통령 만들기’라고 밝히고 있는 이 모임에는 김기현, 김명주, 나경원, 박세환, 유정복 의원 등 17명이 참여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세를 확산하고 있는 박 대표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박 대표 스스로는 계보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세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을 느낀 게 아니겠냐”고 전했다. 박 대표의 독주체제를 막을 강력한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이 가장 든든한 당내 후원자들이다.

특히 이 의원과 홍 의원은 지난 2002년 서울시장선거의 공신들로 이 시장과는 ‘아주 특별한 관계’에 있다. 당내 고대출신 인맥과 국가발전연구회(국발연)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그룹에서는 정두언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선거 당시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정무 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원내에 진출해 있다. 무엇보다 자기 친형이자 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상득 의원이 당내에 포진하고 있다. 이밖에 박계동, 박성범 의원 등도 친 이명박 계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 체제하에 있어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친이명박’ 사람들이 원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시장 쪽에는 반 박근혜 대열에 서 있는 일부 중진들이 가세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근 이 시장이 자주 원내 의원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는 점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15일엔 행정자치위, 18일엔 건설교통위, 19일엔 당 소속 서울 지역구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명분은 지난 국정감사 때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 입장을 지지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행정수도 반대를 주도한 성과를 당내 의원들과 함께 나누며 당내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있다는 관측이다. 이 시장의 원외그룹 움직임도 주시해야 될 대상이다. 원외 그룹으로는 시장캠프에서 조직국장을 맡았던 이성헌 전 의원이 현재 당 사무부총장으로 있다. 선거기획단장을 맡았던 백용호 서울시정개발원장과 정책팀장을 맡았던 조광권 청계천복원사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대선캠프가 구성되면 핵심브레인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식 정무부시장, 강승규 홍보기획관 역시 이 시장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반면 차기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당내 세력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다. 당내 확실한 원군을 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박종희 전의원, 한현규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이철규 경기개발연구원장, 정성운 경기도 서울사무소장 등 대표적인 ‘손학규 사람들’이 원내 진출에 실패한 측면도 크다.

특히 이들은 손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별한 신임을 받아와 향후 정치행보와 맞물려 국회입성 여부가 큰 관심거리였다. 현재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들이 지지그룹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며 대표적인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사람은 김문수, 전재희 의원 정도다. 이 때문에 손학규 사단은 원외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서강대 그룹이다. 이제학 경기문화재단 기획조정실장, 정성운 전 경기도 서울사무소장, 이윤생 경기도 공보관 등이 여기에 포진돼 있다. 3인방 중 가장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 인사답게 재야출신들과도 친분관계가 두터워 눈길을 끈다.

소설가 황석영씨, 박형규 목사, 유홍준 교수 등과도 가까운 사이다. 자문그룹으로는 경향신문 외신부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와 이수영 전교통개발연구원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 5월 임명된 김성식 정무부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김 부지사는 한나라당내 정책통으로 알려진 인물이자,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의 맏형격이다. 취약한 당내 기반확보를 위해 김 부지사를 등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손 지사의 구애에도 불구 소장파들은 대부분 박 대표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결국 당내 확실한 원군을 얻어 차기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게 손 지사의 최대 고민거리인 셈이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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