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임 전장관은 김대중(DJ) 정부 당시 ‘햇볕정책’ 전도사로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견인한 장본인이다. 두 사람 모두 과거(DJ 정부)와 현정부에서 대북라인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임 전장관이 11월21일 외교·통일·안보분야에 있어 사실상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종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이후 정 장관과 임 전장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배경에는 두 사람의 이력 및 역할론이 자리잡고 있다.특히 ‘햇볕정책’ 전도사로 통했던 임 전장관이 대북문제 전면에 등장한 배경을 놓고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6·15 남북정상회담의 숨은 공로자인 임 전장관은 여권내부에서 DJ와 함께 대북특사 적임자로 꼽혀왔던 인물” 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후 북핵문제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어 임 전장관에게 모종의 역할을 맡기기 위함이 아니겠냐”고 임 전장관의 ‘대북역할론’에 의미를 뒀다.
이 관계자는 특히 “DJ 정부시절 ‘햇볕정책’전도사 역할을 했던 임 전장관은 북측에서도 신뢰감이 두텁다”며 “청와대가 현재 북측이 불편해하고 있는 정 장관 보다 오히려 DJ 정부시절 북측과 막후역할을 하며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임 전장관에게 더 큰 기대를 거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임 전장관이 대북문제 전면에 나선 모양새를 취하자 정 장관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여권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한 정 장관 입장에서는 임 전장관의 출연이 달갑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정 장관은 통일부장관 취임이후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견인함으로써 확실한 차기주자로서 입지를 구축하려는 나름의 포석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정 장관 취임이후에도 북핵 등 남북관계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DJ 정권때 대북라인을 총괄했던 임 전장관이 구원투수처럼 등장하자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임 전장관이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대북관계에 막후역할을 담당할 경우 정 장관의 역할론은 퇴색될 수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대권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정 장관이 중국 방문 계획 등 대북관계 해법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임 전장관에 대한 견제 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정 장관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과 맞물려 임 전장관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북문제에 관한한 임 전장관은 DJ의 복심으로 통하고 있는 만큼 그의 행보는 DJ의 의중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DJ정부 최대 치적이었던 햇볕정책이 대북송금 특검 이후 그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 그 명예회복 차원에서도 임 전장관이 적극적인 대북 행보를 걷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일각에서 임 전장관이 세종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대북특사’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이처럼 정동영·임동원 두 전현직 통일부장관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은 향후 대북특사 등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을 지켜보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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