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임동원 ‘대북특사’경쟁
정동영-임동원 ‘대북특사’경쟁
  • 홍성철 
  • 입력 2004-12-03 09:00
  • 승인 2004.12.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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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정상회담 문제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색된 남북문제 해법이 절실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물밑에서만 논의돼 왔던 ‘대북특사’ 등 정상회담 문제가 정부 여당과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정상회담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한 만큼 그 산파역을 누가 담당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가고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견인할 ‘대북특사’ 하마평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임동원 전통일부장관.정 장관은 외교안보 라인을 총괄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이자 남북문제를 주관하는 현직 (통일부)장관이다.

또 임 전장관은 김대중(DJ) 정부 당시 ‘햇볕정책’ 전도사로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견인한 장본인이다. 두 사람 모두 과거(DJ 정부)와 현정부에서 대북라인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임 전장관이 11월21일 외교·통일·안보분야에 있어 사실상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종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이후 정 장관과 임 전장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배경에는 두 사람의 이력 및 역할론이 자리잡고 있다.특히 ‘햇볕정책’ 전도사로 통했던 임 전장관이 대북문제 전면에 등장한 배경을 놓고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6·15 남북정상회담의 숨은 공로자인 임 전장관은 여권내부에서 DJ와 함께 대북특사 적임자로 꼽혀왔던 인물” 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후 북핵문제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어 임 전장관에게 모종의 역할을 맡기기 위함이 아니겠냐”고 임 전장관의 ‘대북역할론’에 의미를 뒀다.

이 관계자는 특히 “DJ 정부시절 ‘햇볕정책’전도사 역할을 했던 임 전장관은 북측에서도 신뢰감이 두텁다”며 “청와대가 현재 북측이 불편해하고 있는 정 장관 보다 오히려 DJ 정부시절 북측과 막후역할을 하며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임 전장관에게 더 큰 기대를 거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임 전장관이 대북문제 전면에 나선 모양새를 취하자 정 장관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여권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한 정 장관 입장에서는 임 전장관의 출연이 달갑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정 장관은 통일부장관 취임이후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견인함으로써 확실한 차기주자로서 입지를 구축하려는 나름의 포석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정 장관 취임이후에도 북핵 등 남북관계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DJ 정권때 대북라인을 총괄했던 임 전장관이 구원투수처럼 등장하자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임 전장관이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대북관계에 막후역할을 담당할 경우 정 장관의 역할론은 퇴색될 수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대권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정 장관이 중국 방문 계획 등 대북관계 해법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임 전장관에 대한 견제 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정 장관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과 맞물려 임 전장관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북문제에 관한한 임 전장관은 DJ의 복심으로 통하고 있는 만큼 그의 행보는 DJ의 의중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DJ정부 최대 치적이었던 햇볕정책이 대북송금 특검 이후 그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 그 명예회복 차원에서도 임 전장관이 적극적인 대북 행보를 걷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일각에서 임 전장관이 세종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대북특사’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이처럼 정동영·임동원 두 전현직 통일부장관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은 향후 대북특사 등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을 지켜보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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