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보석 여부가 이번주 결정될 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청구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보석 심문에는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며, 의견을 진술할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달 24일 구속된 지 33일만이다.
아직 재판을 위한 준비기일 등 공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된 지 8일만에 "불구속 재판을 해달라"고 보석을 신청한 만큼 재판부가 그 청구 사유를 듣고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판단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 19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으며 20만쪽이 넘는 수사기록 검토를 위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언론보도에 의해 일방적으로 검찰에 유리한 보도가 나가 사법농단의 정점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며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증거수집을 모두 마쳤고 충분한 물적 증거를 수집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 현실적으로 도주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의 최고 결정권자로 그 책임이 무겁고 사안이 중대하며, 보석을 허가할 경우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8개월여간의 수사를 일단락했다.
김원희 기자 toderi@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