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 오너家 이야기 제4화
[기획 시리즈] 오너家 이야기 제4화
  • 산업경제부 기자
  • 입력 2011-05-09 16:29
  • 승인 2011.05.09 16:29
  • 호수 888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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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다양한 취미 생활, 이렇게 한다
대한민국 1%로 꼽히는 재벌들의 삶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연예인과 재벌들의 일상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끌리는 법이다. 재벌들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나, ‘로열패밀리’처럼 화려하게 살지도 모른다. 동시에 평범한 우리네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일요서울]에서 연속기획으로 재계 오너가의 삶을 조명해봤다. 다르지만 같은듯한 그들의 일상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몇년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레이싱을 즐기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임과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계 총수들도 과로한 업무와 경영전략 고심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과연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까?

이번 [일요서울-오너家이야기]에선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재계 총수들을 총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영화 관람’이 최고

재계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취미는 골프, 승마, 애완견 기르기, 명화 수집 등 손꼽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이 중 측근들이 최고로 꼽는 이 회장의 취미는 바로 ‘영화보기’다.

이 회장은 바쁜 경영 업무 와중에 틈틈이 중국무술영화를 뺀 다양한 장르의 영화비디오로 머리를 식힌다. 다큐멘터리도 이 회장이 재충전하는 중요한 수단. 시사물을 중심으로 국내와 해외의 각종 다큐멘터리들을 비디오로 구입, 보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또 공연장을 직접 찾기도 한다. 그는 아내 홍라희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를 관람한 적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극장과 대중 공연장을 종종 찾는 편이다. 이 회장이 영화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고 있다”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개봉작들은 거의 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아들 이재용 사장에게도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취미와 예능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이 골프와 승마에 열심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류 관찰’ 즐겨

구본무 LG 회장의 취미는 독특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새 박사’로 불리는 구 회장은 여의도 트윈타워 동관 30층 집무실에서 업무 구상 중 짬을 내 망원경으로 한강 밤섬에 있는 야생 조류를 관찰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워낙 새 사랑이 각별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 사랑 사이트를 따로 마련하는 한편 LG상록재단을 통해 조류 원색도감을 발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망원경을 통해 멀리 내다보는 구 회장의 취미는 LG그룹의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철학과 무척 닮았다”며 “취미에서 경영 철학을 얻는 CEO가 많다”고 전했다.

또 평일에는 주로 실내에서 러닝머신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고 주말에는 곤지암CC에서 친구 등 지인과 골프를 즐기며 체력강화 및 스트레스 해소를 동시에 해결한다. 구 회장은 평소 마음을 항상 밝게 가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낙향해 자연인으로 돌아간 구자경 명예회장은 충남 천안연암대학 인근 농장에서 된장, 청국장 등 전통식품을 개발하는 취미생활에 푹 빠져 있다. 이 또한 최초의 국산 라디오를 개발하는 등 꾸준한 연구개발을 중시하고 생활 속 가치 있는 전통을 존중하는 LG그룹의 경영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자전거 마니아’

LG家의 독특한 취미 활동은 구 회장서 끝나지 않는다. “스킨스쿠버, 산악사이클, 극지탐험, 마라톤…” 등 LG 구씨일가는 유독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취미에서 벗어나 전문가 경지에 올라 유명세를 떨치기도 한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산악자전거 마니아다.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직을 역임한 구 회장은 지금도 일주일에 두 세번은 압구정동 자택에서 안양 신사옥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그가 2002년 독일에서 열린 ‘아디다스 주최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 대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7박 8일 동안 650km 완주한 ‘사건’은 아직도 재계에 회자되고 있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은 산악인 박영석씨와 함께 에베레스트 신 루트 개척에 성공한 산악계의 명사다. 2001년 전자공학에서 보험업으로 전공을 바꿔 보험사 경영을 맡으면서 시작한 등반과 마라톤은 ‘도전’으로 상징되는 구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지 오래다.

구자균 LS산전 사장은 바다에 푹 빠져 산다. 대한수중협회 전무이사로 서울시 지부를 맡고 있으며 국립생활체육 서울시 스킨스쿠버 연합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3분 40초의 ‘무호흡 잠수’와 ‘2000회가 넘는 다이빙 기록’을 자랑하는 스킨스쿠버 마니아로 임직원들에게도 스킨스쿠버 예찬론을 잊지 않는다. 구 사장은 “스킨스쿠버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다이빙하는 지역의 지형지물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언제나 다이버 두 명이 짝을 이뤄 서로 장비를 점검해 주고 이상여부를 수시로 체크해 주는 동료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 스포츠”라고 강조한 바 있다.

LS산전 관계자는 “평소에도 믿음과 신뢰의 조직문화를 강조한다”며 “타사의 부러움을 사는 노사관계도 이같은 구 사장의 소신 덕이 크다”고 말했다.

LG 관계자는 “2세들 뿐만 아니라 3세들에게도 등산 등 다양한 운동을 권장하는 분위기”라며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화된 스포츠부터 골프, 등산까지 다양한 운동들을 섭렵, 특정분야에서 조예를 갖춘 스포츠 마니아들이 많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수준급 ‘사진취미’

신세대들이 자주하는 트렌드를 같이하는 CEO들도 많다.

‘요즘 손자들을 보며 세상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선친이 내 아들과 그랬듯이 나도 손자들과 함께 세상 구경 나설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 때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이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진정 알게 되겠지요’
[2011년 조양호 회장 제작 달력 서문에서]

조 회장의 경우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새해 달력을 만들 정도의 사진 전문가이자 애호가다. 그는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급정거해 바로 카메라를 꺼낼 정도로 열정적이다. 해외 출장 때면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는 꼭 챙긴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올 초에도 세계 각지로 출장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제주, 전라남도를 비롯해 노르웨이(골), 모로코(마라케시), 우즈베키스탄(사마르칸트), 타이티(보라보라), 사우디아라비아(샤바) 등을 담아 만든 올해 달력을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사진집도 출간했다. 1990년대 초부터 국내 및 해외 각지를 다니면서 촬영한 사진 중 대표작 124점과 이에 대한 해설을 260여 페이지에 담아냈다. 사진집에는 하늘에서 지상의 풍경을 담아낸 다양한 사진을 비롯해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 창공을 날아가는 새, 광활한 대지에 뻗은 길 등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의 CEO로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 수록돼 있다.

또한 조 회장은 사진 취미를 사회공헌으로도 승화시켰다. 사진에 대해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진 재목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유망한 사진가들의 든든한 후원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호를 딴 ‘일우(一宇) 사진상’을 2009년 8월 제정했고 지난해 4월에는 서울 서소문 사옥 1층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전시공간인 ‘일우 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의 못 말리는 ‘와인사랑’

동아원을 운영하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와인 전도사’로 그 명성이 높다. 이 회장의 와인사랑은 이미 국경도 넘었다. 해외 유수언론인 블룸버그 통신에서 집중 소개될 만큼 해외에도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와인 사랑은 1970년대 미국 주재원 시절부터 시작됐다. 귀국 환송회 때 마신 와인을 계기로 와인 고유의 맛과 풍미를 알아가면서 애정을 점점 키워나갔다. 좋은 와인을 저렴하게 소개하겠다는 생각에 와인 유통사업도 시작했다.

와인 문화가 생소하던 1997년 나라식품을 설립, 국민 와인 ‘몬테스 알파’를 들여와 판매한 주인공이 바로 그다. 이후에도 직영매장과 국내 와인복합문화공간, 와인전문교육센터 등을 잇따라 오픈하며 와인 문화 선도에 경주해왔다. 또 미국 나파밸리를 중심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며 세계 와인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와인’에 대한 열정만으로 척박한 한국 시장을 개척해 온 공로는 와인 본고장에서도 인정받았다. 프랑스의 주요 와인 생산지인 메도크 등 4곳에서 주는 와인 기사작위와 칠레에서 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산업경제부]


산업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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