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일상적인 국정운영을 맡긴다고 한바 있다. 또 함께 입각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는 통일 외교 안보분야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라는 중책을 맡겼다.그러나 청와대 측은 “사회분야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중심으로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예상해 볼 수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해 김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완전한 신임을 얻지 못한 듯한 여운을 남겼다.이 총리가 노 대통령의 역할 분담론으로 실세 총리로 자리 매김하자 김 장관은 자신의 계보 확보에 나서는 등 이 총리 견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현재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법안에 대해 이 총리는 “당의 개혁작업이지지 부진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김 장관은 “정부가 가는 방향은 옳으나 국민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고 자성론을 제기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아직 행동의 대립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각과 노선에서는 이들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 총리와 김 장관의 미묘한 서로의 견제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 총리와 김 장관이 서로 대권 주자 경쟁을 벌이자 이들과 함께 재야활동을 했던 장영달 의원도 자신의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장영달 의원은 4선의 중진이지만 지금까지 이 총리나 김 장관처럼 이렇다할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특히 지금까지 재야파 출신에서는 김 장관이 간판스타로 활약하면서 장 의원에게는 좀처럼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따라서 장 의원은 내년 3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목표로 차기 지도부에 출마할 의사를 비쳤다. 당권 경쟁에 있어서 김 장관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장 의원에게는 김 장관이 견제의 대상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일부에서는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판결과 10·30 재보선 패배를 근거로 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김 장관 차출’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당권을 노리는 장 의원에게는 여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또 김 장관의 계보인 GT계(김근태계)가 내년 전당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일각의 추측이 있어 장 의원은 김 장관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과거에는 동지였던 이들 재야파들이 이제는 경쟁의 관계로 돌아서자 여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이 대권경쟁과 당권경쟁을 벌이는 과정이 잘못 하면 공정한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서로 공정한 게임을 벌이지 못할 경우 여당의 지지도 추락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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