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 안팎에 묘한 긴장 기류
최근 삼성 안팎에 묘한 긴장 기류
  • 김정남 기자
  • 입력 2011-05-04 09:08
  • 승인 2011.05.04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삼성 안팎에 지난해 '애플 쇼크' 이상의 묘한 긴장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첫 해로서 기존 '캐시카우' 사업들 외에 다른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에 대한 외부 견제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1일, 26일, 28일에 이어 지난 3일까지 잇따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초사옥으로 업무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서초사옥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소식이 들려왔음에도 출근을 강행, 향후 정기적으로 나올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회장이 서초사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위기감'이라는 단어로 수렴된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답은 비교적 쉽게 나온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LCD, TV, 휴대폰 등에서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TV사업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이) 변화의 쓰나미가 들이닥치고 있는데도 성공에 안주해 외부의 변화속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최근 TV업계의 수익성은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 DM&A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0.8%였다. 가전사업을 제외하면 조금 더 올라가겠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LG전자는 흑자로 전환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평판TV 시장은 전년 대비 1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성장률인 32%와 비교하면 대폭 떨어진 수치다. 선진시장, 성장시장 할 것 없이 모두 부진하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선두업체들이 앞다퉈 수익성이 좋은 3D TV, 스마트TV 등을 파는데 혈안이지만, 판매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 같은 TV업계의 부진에 LCD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는데, LCD업계의 불황에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선두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장 자체를 이끄는 경쟁력까지는 아닌 것이 1분기 실적으로 증명됐다.

휴대폰, 태블릿PC 등도 마찬가지다. 1분기 애플(약 8조5000억원)과 삼성전자(약 1조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때문에 신성장동력들이 하루빨리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삼성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올해가 삼성전자의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최지성 부회장의 말은 한번쯤 곱씹을 만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1980년대 이후 삼성의 상징이었던 반도체, LCD 외에 향후 10년 이상을 책임질 또 다른 상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삼성을 향한 국내외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곤혹스런 눈치다.

최근 애플, 월풀 등 세계적인 업체들은 특허 등을 문제 삼으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이 어느덧 너무 커버린 까닭이지만, 삼성에게는 또 다른 비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회장까지 나서 "튀어나온 못을 때리려는 원리"라고 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최근 정부의 압박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재계의 상징으로 불리면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을 보며 초과이익공유제를 구상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발언'도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란 단어는 국내에서는 이미 정치화됐으며, 이는 사업적인 부분과 다소 무관한 영역에서도 일정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 같은 부담을 안고 해외에서는 여전히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게 삼성의 딜레마"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영속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후계구도를 연착륙하는데 있어서도 올해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며 "이 회장의 정기적인 출근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남 기자 surrender@nerwsi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