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타임오프제 적용을 통한 전임자 수 감축을 비롯한 사측에 제시할 요구안 확정을 두고 내부적인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기존 단협 만료기간이 지난달 3월31일이라 이달부터 타임오프제 적용 사업장이 됐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기존 전임자 235명 모두를 무급휴직 발령한 상태다.
지난해 7월13일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9개월 동안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노동조합과 잇따라 타임오프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타임오프제 도입 사업장은 현재 86.1%까지 상승했으며 100인 이상 사업장 2030곳 중 1747곳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초강성 노조로 분류됐던 기아차 노조도 진통 끝에 개정 노동법을 준수하기로 했다. 당시 기아차 노사는 유급전임자는 21명까지만 인정하기로 했으며 무급전임자는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했다.
쌍용자동차 역시 전임자를 7명으로 줄이기로 했으며, 현대중공업, LG전자, SK에너지, S-Oil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노동 개정법에 따라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준수하고 있다.
반면 사측과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현재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쟁의행위를 결의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타임오프제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다면 불법 사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타임오프제로 인해 파업을 결의한다면 이 역시 불법 파업이 된다.
게다가 현대차 노조가 최근 '정규직 세습체용' 논란에 휩싸이는 등 여론이 노조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투쟁을 통해 쟁취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제시할 요구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곱지 않은 세간의 시선과 내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요구안 확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타임오프제 시행을 빌미삼아 쟁의를 일으키면 손실은 모두 현대차가 짊어지게 돼있다.
이에 현대차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무급휴직 발령을 내린 노조 전임자들에게 이달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회사측은 타임오프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월급을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도 기아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이 제도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임자수 유지를 위한 투쟁은 의미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국내 단일 사업장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차 노조가 무리한 분쟁을 일으킬 경우, 노동계 전반에 퍼지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 노조가 합리적인 선진 노사관계 구축에 앞장서지 않고 명분 없는 투쟁을 전개할 경우 현대차는 물론 노조 자체에도 불명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오프제 등 주요안건들이 포함된 임단협을 앞둔 현대차 노사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병준 기자 jbj@newsis.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