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서 적으로'…애플·삼성 소송戰 돌입
'동지에서 적으로'…애플·삼성 소송戰 돌입
  • 강세훈 기자
  • 입력 2011-04-20 10:12
  • 승인 2011.04.20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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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에 돌입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의 기능, 사용자환경(UI), 스타일을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삼성전자도 19일 맞소송으로 대응키로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애플이 제 1고객이라는 점에서 마찰이 있을 때마다 크게 대응하지 않고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으로 일관해 왔지만 이례적으로 정면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주요 거래선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불가피하게 맞소송을 통해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게 지난해 50억달러(5조7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소니에 이어 두 번째 거래 고객이다. 특히 올해는 78억달러(8조6000억원)로 늘리며 최대 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래시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을 애플에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애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두뇌에 해당하는 'A4' 칩을 공급하고 있다. 또 아이패드2에 사용되는 'A5' 칩도 삼성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즉 두 회사 사이에는 모바일분야에서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반도체와 LCD에 있어서는 협력하는 등 복잡한 관계에 있는 셈.

애플의 수장 스티브잡스는 지난 3월 아이패드2 발표행사에서 "2011년을 카피캣(모방자)의 해"라고 언급하며 삼성전자를 먼저 지목하며 독설을 내 밷기고 했다.

당시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았던 삼성전자지만 이번 만큼은 대응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야심작 갤럭시S2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해 모방자라는 오명을 얻을 경우의 이미지 타격도 우려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번 소장을 통해 '갤럭시S 4G', '에픽 4G', '넥서스S', '갤럭시탭' 등 삼성의 최신 제품들이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삼성은 하드웨어 모양이나 유저인터페이스, 문자메세지 표시 방식, 심지어 패키징(포장 방식)까지 우리의 것을 베꼈다"며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너무 똑같다. 노골적인 모방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유력 경쟁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발목잡기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5 출시가 하반기로 지연된 것도 무관치 않다는 것. 갤럭시S2는 빠르면 4월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 관계자는 "소송을 하기에 앞서 오랜 준비작업 절차가 필요하고, 어느 제품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며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훔친데 대한 강력한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소송 결과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북미에서 IBM에 이어 특허 등록 2위 업체다. 그동안 특허 보유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덕분이다. 삼성은 애플이 제기한 상표권 침해 등 10건에 이르는 특허 침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소송 결과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태영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IT업체들의 특허 소송 사례로 봤을때 디자인 측면의 소송은 많지 않았고 기술적 부분에 있어서는 합의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규모 벌금이 부과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자세한 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삼성전자 신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디자인 등으로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아이폰5와 갤럭시S2 제품 경쟁에 앞서 특허 경쟁에 돌입하면서 국내에서 일명 '애플빠'와 '삼빠'로 불리는 양측의 대립구도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강세훈 기자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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