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여 곳 다음 타깃‥추가 피해 우려
미국의 비영리 압력 단체인 이란핵반대연합(UANI)이 지난해 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이란에서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고 18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신문에 따르면 이 단체는 현대차는 물론 국내 대기업들에까지 핵개발과 테러의 온상지인 이란과의 모든 상거래와 투자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도 유사한 압박을 가해 성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UANI는 아시아의 대표 기업인 현대차그룹에 이어 LG와 GS,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대우인터내셔널 등 우리 기업 10여 곳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UANI가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신에 따르면 이란과의 모든 상거래와 투자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을 펼치겠다는 암시도 담겨있다.
마크 왈라스 UANI 회장은 "현대차가 최근 몇 년간 미국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이 현대차와 이란의 거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현대차의 이미지와 명성에 지속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신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 현대하이스코, 현대모비스 등도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현대로템의 경우 철도차량 생산 및 방산 제조사여서 이란의 방위산업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이 편지는 지난해 12월16일 UANI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발송되어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에 전달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란과 중동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급상승한 미국 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이란 시장에서 중동 시장으로의 연쇄 파장을 우려,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란 시장을 포기할 경우 연 2만대 판매 수준인 이란 뿐 아니라 연간 40만대 규모인 중동 지역으로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올해 100만대 판매가 확실한 미국시장도 포기할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미국 시민단체와 국내 민간 기업간 문제여서 정부가 간여할 입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UANI는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하는 유태계 보수성향의 미국 시민단체다. 미 의회 입법안에도 적극 간여해 지난해 7월 발효된 '포괄적 이란제재법' 입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훈기 기자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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