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처 장관의 '시그널'에도 불구, 최 장관의 발언 이후 오히려 기름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 장관은 지난주 초 국내 기름값 추이와 관련, "주말(16~17일)이나 내주 초쯤 되면 기존 재고물량이 소진되면서 자연스럽게 (인하)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유 4사의 전격적인 기름값 인하에도 실제 판매가 인하는 이에 못 미친데 대한 해명이었다.
그러나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평균 휘발유가격은 1944.61원으로 최 장관이 기름값 인하를 전망한 11일(1943.65원)에 비해 오히려 0.96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정유업체 4곳이 휘발유·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하기로 한 7일(1955.80원)과 비교해도 평균 11.19원 내리는 데 그쳤다.
일단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을 최 장관의 전망이 빗나간 이유로 꼽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기름값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SK에너지의 가격인하분이 사후할인 방식에 의해 현재 기름값 인하에 반영되지 않은 점과 SK 이외 정유사들의 이름을 걸고 기름을 판매하는 자영주유소들 등에 인하가가 반영안 된 점도 또다른 이유로 분석됐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기름값 인하를 발표하기 2주 전후로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여 정유사 공급가가 오르점, SK에너지의 인하분이 반영안된 점 등으로 인해 인하폭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초 재고물량이 소진될 것이라는 최 장관의 예상에 대해서도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최 장관과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현재 70~80%의 재고물량은 소진됐다고 봐야 한다"며 "주유소마다 재고량은 다르겠지만, 이번주 중으로 재고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라 공급가가 인상된 만큼, 주유소들이 기름값 인하 조치 전 가격보다 100원 싸게 기름을 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국주유소협회 중앙회 관계자는 "영업이 잘되는 주유소는 재고 물량이 빨리 소진되고, 그렇지 않은 주유소는 더 오래 걸리는 등 주유소마다 개별 사정이 있다"며 "일괄적으로 언제 100원을 인하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전국 1만3000개의 주유소의 개별 사정상 이번 주 안으로 모든 주유소가 일제히 100원을 인하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최 장관의 예측이 빗나갔지만, 전망이 맞도록 정부가 주유소 업계를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최 장관은 "(정유업계가)발표한대로 (시행)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건 자기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하는 문제다"며 정유사나 주유소를 직접 압박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관가 주변에서는 정부가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주유소를 대상으로 일종의 '블랙리스트'로 분류,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경부는 "주유소의 판매가격 인하는 원칙적으로 사적계약 관계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인만큼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관치 논란과 주유업계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최 장관의 기름값 인하 전망은 국제유가 상승과 주유소 업계의 사정으로 인해 일주일 만에 빗나가게됐다.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내뱉은 호언 아닌 호언으로 또 한번 시장의 신뢰감만 상실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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