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주 현대산업개발 사장, 돌연 사퇴 왜
최동주 현대산업개발 사장, 돌연 사퇴 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04-18 19:10
  • 승인 2011.04.18 19:10
  • 호수 885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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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졌네”

최동주 현대산업개발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그가 취임 이후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며 높은 성과를 얻었다. 주가도 상승했다. 다른 건설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도 현산은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돌연 사퇴를 표명, 내부직원들 사이에서도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동종업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사퇴가 예견되었다는 입장이다. 범 현대가에 미운털이 박혔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졌었기 때문. [일요서울]은 최 사장의 사퇴 뒷이야기를 알아봤다.

최 사장은 지난 2010년 1월 취임했다. 취임 이후 본인이 직접 사무실을 나와 현장과 직원을 챙겼다. 건설회사 특성상 현장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사장실에서 직원을 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직접 나섰다. 또 현장 방문 일정 마지막 날은 꼭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마무리했다.

주요부서 팀장들과 인문학 전공의 주니어들로 구성된 ‘콘텐츠&스토리텔링 위원회’를 만들어 브랜드나 마케팅과 관련된 현안을 모색토록 하기도 했다.

그 결과 현산은 최 사장 취임 후 지난해 매출액(2조6000억 원)과 영업이익(2300억 원)을 전년보다 각각 20~50%씩 끌어올렸다.

정몽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의 현산 인생은 취임 1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그가 지난달 30일 사퇴의사를 밝힌 것.

회사 측은 최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안팎에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부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인사 조치에 의아한 반응이었다는 후문이다.

한 직원은 “열성적인 분이어서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퇴를 표명해 어리둥절했다”며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서도 최 사장이 경영 문제로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데다 회사 경영에도 의욕적이었다는 점에서 외형적으론 퇴진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책임 소재 부담 느껴

일각에선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갈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주요 안건으로 한 현대상선 주총에서 1.31% 지분을 갖고 있던 현산이 당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가 막판에 태도를 바꿨다.

처음엔 현대상선에 찬성 위임장을 제출했다가 주총 하루를 앞둔 24일 갑자기 위임장을 회수했고 표 대결에선 현대중공업 측과 함께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때문에 우선주 한도를 확대하려던 현대그룹 측 의도는 간발의 차이로 무산됐다.

때문에 현산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범 현대가의 움직임에 동참했다며 현대그룹으로부터 ‘배신자’로 몰렸고, 최 사장이 이런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 끼어 지탄의 대상이 된 데 대한 책임을 떠안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 측에서 현대그룹 쪽에 서려던 현산에 강한 비판을 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즉 크게 화를 낸 정몽구 회장이 정몽규 회장 측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다.

결국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 간 갈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부담을 느껴 최 사장이 전격 물러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현산 관계자는 현대상선 주총에서 기존 태도를 바꾼 데 대해 “현산은 그동안 ‘중립’을 유지해왔지만 이번에는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현대중공업 측 요구를 받아들여 위임장을 회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도 사표 왜?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사표를 제출한 CEO가 한명 더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던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이다. 조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팀장을 맡아 인수전에 큰 공을 세웠으나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날 뜻을 표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엠코는 지난 13일 조 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으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고 14일 밝혔다.

조 사장은 재무전문가로 기아차 인수전 등에 참여하면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눈에 들었다. 이후 현대엠코의 설립부터 현재까지 대표직을 역임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조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팀장에 지목되고 인수전에서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인수 후 김창희 부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현대엠코는 조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한 달여간 움직였다. 하지만 조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현대엠코 관계자는 “현재 나이가 65세로 현대기아차그룹 내 최장수 CEO였다”면서 “사표는 아직 수리 안됐으며 임시 이사회, 주총 등의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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