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과 STX건설간 부당내부지원 ‘의혹’
부당내부지원 의혹과 관련하여 STX그룹(회장 강덕수)이 내홍을 겪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인 증여·상속에 대해 과세 방침을 밝힌 가운데, STX건설의 내부 매출비율이 거의 50%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건설의 경우 강 회장과 그의 두 자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세간에선 “강 회장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STX그룹의 건설물량을 STX건설에 몰아주는 게 아니냐”며 “내부거래 정도를 뛰어넘어 부당내부지원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STX그룹이 STX건설에 물량 몰아주기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가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계속해서 불거지는 STX그룹과 STX건설 간 부당내부지원 의혹에 대해 추적해봤다.지난 4일 재벌닷컴이 자산 순위 30대 그룹 가운데 그룹 오너의 자녀 또는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 기업을 조사한 결과, STX건설의 내부 매출비율은 75.6%(2009년 기준)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강 회장은 사재 137억 원을 들여 STX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STX주식 51만주를 매입했다. STX건설에 대한 부도 루머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며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STX그룹 관계자는 “강 회장이 직접 나서 STX건설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며 ‘강 회장의 빛나는 책임경영’을 칭찬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를 곱게 보지 않았다. 한 증권 관계자는 “STX건설은 강 회장이 25.03% 지분을, 그의 두 딸인 정연씨와 경림씨가 각각 25% 지분을 가진 사실상 오너가 소유의 기업”이라며 “강 회장은 부도설에 휩싸인 STX건설을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섰다고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증권 관계자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STX건설은 사실상 강 회장 개인회사
특히 STX건설은 2005년 2월 STX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부분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당시 STX엔파코는 보유했던 STX건설 지분 100%를 포스아이(옛 포스인터내셔널)한테 매각했다.
포스아이는 강 회장이 지분 86.75%를 보유했던 회사였기에 강 회장의 이번 주식 매입 배경 설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STX건설은 2005년 4월과 6월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주당 5000원에 각각 40만 주를 매입한 강 회장의 두 딸이 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로써 강 회장 일가족이 전체 지분의 75%를 차지했다. 남은 25% 지분은 강 회장이 지분의 69.38%를 보유한 포스텍이 가지고 있다. STX건설을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 회사로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STX건설의 매출과 이익이 계열사 거래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가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STX건설의 전체매출 규모가 5년 간 241%나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2005년 883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9년 3010억 원으로 뛰어오르는 등, 이는 STX그룹 계열사들이 STX건설에 건설용역을 몰아줌으로써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STX그룹 관계자는 “경제개혁연대에서 말하는 내부거래지원 규모는 사실상 2009년 규모”라며 “STX건설이 초기에는 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은 게 사실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설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STX건설은 해외건설에 초점을 맞추면서 계열사 물량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다”며 “STX건설 전체 매출 비중에서 STX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은 50% 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STX 관계자 스스로가 STX건설에서 STX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STX 총매출액에서 계열사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89%에 달했던 거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수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평균적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10% 이상이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STX그룹의 부당내부지원과 관련하여 다른 거래들과 비교해 조사 중에 있으며 이번 달 15일 이후 올라오는 STX그룹과 STX건설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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