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13일 "지난해 말에 실지감사가 종료됐다. 감사 결과는 3월 말 정도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2개 중앙행정기관 업무추진비 공익감사청구 중 11개 기관에 대해 우선 감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는 국회와 언론에서 크게 논란이 된 청와대가 포함됐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업무추진비 증빙자료나 소명자료가 과연 정확한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철저히 조사해야겠다는 것을 기본자세로 감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청와대 기관운영감사 과정에서 업무추진비 집행 등을 점검했지만 표본 조사에 그쳐 부실 감사 의혹이 일었다. 야당 의원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자 최 원장이 직접 "감사가 부실하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이와 관련, "업무추진비는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샘플을 조사해서 문제가 없으면 (전부를) 보지 않는다"며 "그런데 데이터가 공개되는 바람에 규정에 어긋나는 사용이 드러났다. 전부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정감사에서) 부실 감사를 자인한 셈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 업무추진비 감사는 정말 자세히 봤다"고 재차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공익감사가 청구돼 감사 실시가 결정됐던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에 대한 채용비리 감사도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다음 달 말쯤 감사위원회에 부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최 원장은 밝혔다.
당초 친인척 채용비리 감사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대해서만 제기됐지만, 감사원은 관련 의혹이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4개 기관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감사 실시를 결정했다.
최 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 2월 실지감사가 종료됐고, 아직 내부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감사 성질상 밝혀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얼마나 많은 비리를 적발해낼 수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감사를 하려 했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시작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기종 선정 감사는 감사위원회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감사원은 F-X 사업에서 국가재정손실 우려가 있었고, 그 원인이 기종 선정에 있었다는 판단 아래 관련 감사를 벌여 왔다.
최 원장은 감사 진행상황과 관련, "내일 감사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기밀 포함돼 있어서 (감사 결과가) 얼마나 공개될지는 감사위원회에서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국정원에 대한 감사 실시를 결정했다. 국정원의 비기밀성 예산 사용 등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이는 이 감사는 지난해 12월 착수해 감사보고서 작성 단계에 있다. 최 원장은 "아마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정된 건 아니지만 국회 정보위원회에 결과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외에도 체육계 성폭력·폭력 실태 공익감사청구에 대해 "감사 실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며 "감사를 실시해도 실제 선수촌에서 일어난 개개인에게 일어난 사례를 직접 조사하는 형태의 감사보다는 전체적인 관리가 어떻게 돼 있는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를 보는 쪽으로 감사가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