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상납과 녹취 의혹 전모
남양유업(회장 홍원식)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사이의 수상한 관계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MBC뉴스데스크는 식약청 관계자가 남양유업에 대가를 요구한 녹취록을 보도했다. 이에 세간에선 이전부터 남양유업이 식약청과 거래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번 두유값 담합 과정에서 남양유업이 빠진 이유가 이 거래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남양유업은 지난해 분유 관련 리베이트와 과장광고 파문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업계의 따가운 시선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이제는 은둔 경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남양유업 내부가 시끄럽다.
지난달 27일 MBC뉴스데스크는 보도를 통해 남양유업의 뇌물상납 의혹이 추정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식약청은 남양유업 관계자에게 식약청 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예전에 문제되지 않았던 것까지도 문제 삼아 단속할 것임을 예고 했다.
특히 남양유업이 이번에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것을 두고 남양유업의 경쟁업체인 동서식품을 언급하며 협박하는 듯한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다.
뉴스데스크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식약청의 한 공무원이 남양유업의 광고문구 중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내용을 삭제하라며 경쟁업체인 동서식품을 들먹였다.
남양유업은 최근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서식품의 점유율을 잠식해가던 상황이었다.
녹취록에서 식약청 공무원은 “여태껏(남양유업에 대해) 그냥 넘어간 것 만 해도…(우리가) ‘동서 가만 계세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가만있었어. 내가 보기에 남양(유업) 약점 많아요. 얼굴 벌게질 거 많아”라고 말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압박한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들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식약청 공무원은 욕설과 함께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에이 씨 진짜 뭐…0000과장이 무슨 사정하냐? 씨…”
특히 녹음된 대화 내용 중에는 뇌물수수를 의심케 하는 대목도 들어 있다.
“몇 장 넣었어? 두 장? 뭐 섭섭한 거 있으면 전화주세요” 등 녹취록 속 내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파급효과가 대단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이전부터 남양유업이 식약청과 거래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실시된 두유값 담합 과정에서 남양유업이 빠진 이유도 이 거래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장면이 전파를 타자 식약청은 녹취록에 실린 목소리가 자사 직원임을 인정했다. 또한 그 직원이 언론 보도 직후 전보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번 사건의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식약청은 MBC에 정식 녹취내용을 요청해 구체적 사실을 가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금품 수수 혐의가 입증될 경우 형법상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청은 이번 파문과 관련하여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명시한 설명자료 외의 답변은 절대 없다”며 추가적 입장 발표를 거부했다.
또한 식약청은 남양유업이 공식적으로 밝힌 ‘녹취 사실 부정’의 입장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무단 녹취한 것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 ‘통신비밀보호법’을 들어 강경 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우회적으로 남양유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회장, 은둔경영 벗어나야
반면 남양유업은 억울하다는 입장만 피력할 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커피믹스 시장에서 자사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남양유업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알려져 우리 측 인원이 갔을 수도 있겠다고 말한 것 뿐”이라며 “누군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회사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언론에 응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기록 또는 업무보고를 통해 기록이 남겨지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식약청 전담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다녀가는 출장에 그런 기록을 남겨놓지는 않는다”고 밝혀 이번 사건의 파문이 더욱 증폭됐다.
이 같은 남양유업의 대응은 지난해 분유 관련 리베이트와 과장광고 파문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업계의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6월 분유 허위, 과장, 비방광고에 대해 7500만 원, 같은 해 11월 분유 리베이트 사건으로 2억4000만 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때문에 그동안 은둔경영을 펼친 홍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식약청 직원이 남양유업의 문제를 제보한 기업으로 지적한 동서식품은 “(이번 사건은)우리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청 직원이 말한 ‘그 사람들’이 동서식품이 아닐 수도 있는데 자꾸 거론된다는 것이다.
덧붙여 동서식품 관계자는 “녹취록 해프닝이 남양유업이 추진하고 있는 고도의 마케팅일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남양 유업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라는 문구가 제품과 함께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이번 파문의 진실공방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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