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막나가는 해고 경영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무리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진중공업 직장폐쇄 사태로까지 번진 조 회장의 구조조정을 두고 비난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간에선 “조 회장이 본인의 경영 실패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 874호 -‘조남호 회장, 잇단 악재의 휘청’]을 통해서도 한진중공업의 노사갈등을 심층보도한 바 있다. 이후 양측 간 갈등이 쉽게 마무리 되지 않으면서 갈등이 극대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한진중공업은 여러번의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을 통해 정규직 생산직 직원 일부를 감축한 상태다. 앞으로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조 회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부산에선 ‘한진중공업이 멈추면 부산 경제가 멈춘다’는 말이 있다. 국내 조선 1번지인 한진중공업은 직원이 2000명이며,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노동자만 2만여 명에 이른다. 때문에 부산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진중공업은 부산에서 노사 마찰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회사는 직장폐쇄를 내세우며 양측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진행중이다.
정리해고 둘러싼 노사의 입장차이
한진중공업은 지난 1월 12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해고계획서를 제출했고, 다음 날인 13일 정리해고 명단을 개별 통보했다.
이에 한진중공업지회 노동자 85명은 지난 2월 8일 서울로 상경해 용산구 갈월동 본사 앞에서 4박 5일간의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번 정리해고를 사측이 조선소 폐업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에 사측은 “영도조선소 포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조선소 조직 슬림화와 시설 현대화, LNG선 등 고기술 고부가가치선과 특수목적선을 전문 건조하는 특화된 조선소로의 체질개선을 하겠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만일 조선소 문을 닫을 계획이라면 인력을 줄일 필요가 있겠느냐”며 노조의 태도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1월 사측은 ‘경영실적 악화’,‘업무량의 고갈’ 등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들어 노조 측에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사측은 정리해고를 단행하기 전 ‘회사생존을 위한 인력조정 계획’을 통해 노조에게 “수주잔고가 상선 7척에 불과하고 수주가 이뤄지더라도 선행공정으로 상당기간의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2010년 분기별 손익현황에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할 경우 금년부터는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2009년 12월 파업 당시 410명에게서 희망퇴직을 받고 노조와 합의한 적이 있다. 이어 2010년에도 경영 악화를 들며 다시 400명 정리해고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한진중공업의 노사대치 상황은 장기화되고 있다.
경영악화로 인한 정리해고 필요없어 보여
이 같은 노사의 첨예한 의견 대립을 해결하고자 지난 2월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야 4당과 금속노조 주최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날 열린 긴급토론회에선 회사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은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 수주물량 부족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주로 나왔다.
당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진중공업이 밀어붙이는 식의 정리해고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며 “이번 정리해고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요건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노조법은 정리해고의 법적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요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법적인 판단이 갈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의 해외 현지법인으로 사실상 모자관계에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두 법인의 경영상황은 하나의 기업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러한 경우 두 법인의 사업 전체를 기준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지난 3년간 총 18척의 선박을 인도했고 2012년까지 35척의 선박이 인도될 예정이므로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주장한 ‘업무량의 고갈’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 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송덕용 회계사는 “사측이 주장하는 ‘경영실적 악화’의 원인을 취약한 당기순이익과 영업현금흐름 등 경영실패 비용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진중공업이 자회사에 대한 투자, 수빅조선소 자회사의 공사 대금 미회수로 발생한 문제를 만회하기위해 차입금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이번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송 회계사는 “이번 정리해고의 본질은 회사 측이 경영실패 비용을 노동자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한진중공업은 건실한 영업이익을 거둔 편인데 이에 비해 대조적인 영업현금흐름이나 당기순이익은 전형적인 경영실패 비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리해고에 긴박한 경영상의 요건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허민영 부경대 교수 역시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건설이 대규모 감원사태를 야기한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규모면에서 수빅조선소가 국내의 영도조선소를 거의 완전히 대체하는 게 가능하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노조의 끝장 투쟁 vs 사측의 직장폐쇄
현재 한진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간부 및 노조원 500여 명은 생활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월 6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도크 옆 높이 35m 크레인에 혼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고공시위를 벌였다. 이어 지난 2월 14일에는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채길용 금속노조 부산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장도 영도조선소 내 45m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날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 울산공장, 다대포공장 등 3곳을 직장폐쇄했다. 이어 직장폐쇄를 신고한 시설 3곳에 대해 이날부터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생산직 조합원 전원과 제3자 출입을 금지시켰다. 또 “노조 전임자는 오전 8시~오후 5시 노조사무실 출입을 제한하고 노조 사급단체 간부에 대해서 교섭 당일에만 출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파업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600여 명 전원을 퇴거불응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하고 지난 2월 18일까지 우선 121명의 조합원 사진을 채증해 영도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사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보아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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