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 의원은 사퇴서를 아직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지는 않은 상태다. 의원실 한 보좌관은 “만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미련 없이 의원직을 버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국회법 135조는 국회의원이 사직할 경우 “회기 중 국회의원의 사직서는 국회 결의로,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이 허가”하도록 돼 있다. 이에 김 의원이 정기국회기간 사직서를 제출하면 곧바로 처리된다. 그러나 김 의원이 단서를 단 ‘국가보안법 폐지’가 어떤 식으로 결론 맺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설령 폐지가 된다하더라도 한나라당이 김 의원의 사퇴서를 수용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국회의원들이 사직서를 내는 경우는 대개 지자체선거 출마자들이다.
공직선거법상 시장·군수 등에 출마하기 위해선 의원직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각종 게이트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연루돼 의원직을 사직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세풍사건’의 서상목 전의원이다. 서 전의원은 지난 97년 대선전인 9월초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이 주축이 돼 삼성, 현대 등 24개 기업에서 166억7천만원을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모금한 사건인 이른바 ‘세풍사건’의 주역이다. 그는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체포동의안 부결은 지금까지도 ‘방탄국회의 전형’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말뿐인 사퇴선언도 있다.
강삼재 전의원과 김운용 전의원이 바로 그 경우다. 안기부 예산을 총선 및 지방선거 자금으로 불법사용한 이른바 ‘안풍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강 전의원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추징금 740억원 등 유죄판결이 나자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세계태권도 연맹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김 전의원도 구속되기 전 눈물을 흘리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강삼재·김운용 전의원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의원직을 유지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전의원 모두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는 결국 의원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 때문이 아니었겠냐”고 비꼬았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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