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댓글공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news/photo/201901/284658_204520_1214.jpg)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배득식(66) 전 기무사령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 심리로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결심공판에서 배 전 사령관에 대해 재판부에게 징역 6년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배 전 사령관이 부하 간부들과 공모해 주요 정부정책 및 각종 이슈, 정부·여당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말단 부대원들에게 민간인으로 가장하게 한 뒤 댓글 공작을 지시한 온라인 여론조작 범죄"라며 "국군에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헌법상 가치를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파괴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구형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 전 사령관은 자신의 책임을 부하들에게 전가하며 모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다시는 군이 정치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확립하는 역사적 선언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전 사령관은 최후진술에서 "40년간 군인으로서 정도를 걸으며 어떤 직책에서도 성실히 묵묵히 최선을 다해 항상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생각한다"면서 "군인으로서 현장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것은 적에게 포로가 되는 것이다. 저의 현재 심정이 그와 같이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사령관 부임 당시 천안함 및 연평도 관련으로 엄중한 안보상황 하에 국민들에게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등 유언비어가 난무해 대응해야 했다"며 "당시 이런 것이 법에 저촉된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같이 근무한 부하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령관으로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법적 문제가 있으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 사령관으로서 지휘 책임을 면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배 전 사령관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 아니라면서 혐의 구성 요건에 문제가 있다고 반론했다.
변호인은 "기무사는 정보기관이자 방첩기관인데 법령이나 업무분장표에 나오지 않은 일을 지시했다고 해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기무사 부대원들도 기무사 업무로 알고 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행위로 인해서 불법을 강요받아 자유를 제한받은 경우가 전혀 없다"고 변호했다.
또 "직권남용죄는 국가가 공권력 행사로 일반 국민들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처벌하는 것인데 이렇게 넓게 해석하면 상급자의 지시가 개인적 소신과 어긋나는 경우 예외 없이 성립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정권이 바뀌어 전 정권과 정책 판단을 달리할 경우 예외 없이 적용될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지적한 '순화'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북한이 국내 여론을 호도하려 할 때 진실은 이것이라고 하는 것도 순화활동에 포함된다"며 "국민의 여론을 조작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배 전 사령관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9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방침이다.
배 전 사령관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댓글 공작 조직인 '스파르타'를 운영해 오면서 당시 여권 지지나 야권에 반대를 표하는 정치 관여 글 2만여 건을 온라인상에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또 이명박(78) 전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ID 수백개의 가입자 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청와대 요청으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수십회 녹취해 보고한 혐의도 갖는다.
이와 더불어 2010년 6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기무사 대원들을 동원해 여권 지지나 야권 반대 성향의 웹진(인터넷 잡지) '코나스플러스'를 45차례에 걸쳐 제작한 혐의도 지닌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