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욕망의 불꽃에 하나은행 연루
은행권의 개인정보유출이 심각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금융권의 개인정보유출은 큰 폐단을 낳을 수 있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나은행(은행장 김정태) 직원이 사적인 용도로 고객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개인에 대한 금융피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해당 금융사에 대한 신뢰까지도 잃게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게다가 부정한 일에 동원되기 위해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음에도 해당 은행은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VIP 고객 요구에 명의자 동의 없이 정보 넘겨
하나은행 직원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불구속
국내 섬유소재 분야 중견그룹인 한국화이바그룹(회장 조용준) 경영권 분쟁에 하나은행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이 하나은행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화이바그룹의 맏며느리인 이명화(48)씨는 17차례에 걸쳐 하나은행 연희동 지점 직원 원모(31·여)씨로부터 금용거래정보를 제공받았다.
문제는 해당 금융정보가 명의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제공 됐다는 것.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개인정보 관리에 은행이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해당 지점의 VIP 고객이었던 이씨의 정보제공 요구에 원씨가 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씨는 조 회장과 조 회장의 부인, 차녀인 정인씨, 차남인 계찬씨, 둘째 사위 이모씨, 둘째 동서 박모씨 등에 대한 금융거래정보를 이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당시 시동생인 계찬씨와 그룹 경영권을 다투던 남편이 회장인 시아버지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고 판단해 경쟁상대의 불륜관계 등 약점을 캐내려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애초 심부름센터에 동서 등의 사생활을 들춰내 알려달라고 했으나 원했던 정보를 얻지 못하자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원씨로부터 개인정보를 직접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멈추지 않을 듯 했던 이씨의 범행은 심부름센터 대표인 김모씨에 의해 끝이 났다.
심부름센터의 일 처리가 미흡하다며 이씨가 질책과 함께 환불을 요구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심부름센터 대표 김씨가 이씨의 시누이 남편 측에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이씨의 행위가 외부로 알려졌다. 이를 전해들은 조 회장이 며느리인 이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씨의 행위는 일단락 됐다.
결국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석)는 이씨를 정보통신망 침해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조 회장의 둘째 사위인 이모씨와 둘째 계찬씨의 아내인 박모씨 사이의 불륜 관계를 캐내 조 회장에게 알려 신임을 잃게 할 목적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의뢰해 이씨와 박씨가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이씨가 가입한 사이트 21개,박씨가 가입한 사이트 4개에 무단 접속토록 한 사실도 들통났다.
검찰은 이씨와 함께 타인의 인터넷 개인정보를 유출한 심부름센터 대표 김씨와 백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명의자의 동의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넘긴 하나은행 직원 원씨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대판 욕망의 불꽃 사건이 일어났다”며 화이바그룹의 며느리 행태를 꼬집은 누리꾼들도 있었지만 “고객 정보 유출이 원래 이렇게 쉽게 일어날 수 있냐”며 하나은행의 직원 관리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이와 관련해 해당은행 관계자는 "검찰에서 소송이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로 해당직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