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의 법정공방을 통한 건설 인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그러나 이미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간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의미없는 법정싸움에 돌입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을 상대로 낸 '지분매매 양해각서(MOU) 취소처분 무효소송' 항고 심리가 열렸다.
항고심 시작과 동시에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과의 현대건설 본계약 체결금지'로 소송취지를 변경했다.
즉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지분매매 양해각서를 해지하고 현대차그룹을 우선인수협상자로 재선정해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양해각서 취소처분은 무효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소송을 제기한 현대그룹과 피신청인 현대건설 채권단은 오후 3시부터 장장 3시간40분 정도 진행된 법리공방에서 한 치의 물러남 없이 접전을 벌였다.
특히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건설 우선인수협상자로 재선정된 현대차그룹을 지원군으로 동원해 현대그룹을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항고심에서 현대그룹 법률대리인은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제기한 자금관련 의혹에 대해 5차례의 대출확인서로 충분히 소명했다"면서 "채권단이 의무사항도 아닌 대출계약서 제출을 요구했고, 현대그룹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성실히 답변에 응했음에도 자금관련 소명이 부족하다며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를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채권단 법률대리인은 "채권단은 양해각서를 맺은 이후에도 매매계약 전 의혹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다"면서 "현대그룹이 채권단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양해각서가 해지된 것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현대차그룹 법률 대리인도 "현대그룹이 당초 독일 M+W그룹을 현대건설 인수 투자자로 끌어들이려고 했을 때 현대건설 인수 이후 엔지니어링 부분 매각을 조건으로 했다"면서 "자본 33억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1조2000억원을 대출받았을 때는 현대그룹의 주장처럼 무담보, 무대출일 수가 없고, 그에 상응하는 다른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앞서 현대그룹에 1조2000억원에 대해 명확히 소명하지 못한다는 책임을 물어 현대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지분매매 양해각서'를 해지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을 상대로 '양해각서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현대그룹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 상급심인 서울고법에 항고장 냈다.
채권단은 이와 별도로 지난달 7일 현대차그룹을 현대건설 우선인수협상자로 재선정하고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4일 현대건설 지분매매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실사도 16일 완료된다.
고법의 판단은 이르면 다음 주 초 나온다. 현대건설 실사 완료 후, 채권단이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지분매매 본계약을 맺기 전 법원 판단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양측과 재판부의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했다.
이민정 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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