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면 ‘전략적 파트너’, 쓰면 ‘투기 자본’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의 외한은행 인수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론스타를 바라보는 김 회장의 이중적 행태가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 서울은행을 인수할 당시 보였던 태도와 지금 론스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김 회장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쓰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년 전 론스타를 외국계 산업자본이라며 몰아세웠던 김 회장은 이제 말을 바꿔 론스타의 비위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때 외국계 산업자본으로 몰아세웠던 론스타에 5조 원에 거금을 안기고 외환은행을 넘겨 받는 꼴”이라며 김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지적하고 나섰다.사업을 하다보면 사업자가 유리하도록 전략적인 움직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김 회장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 관련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서울은행 인수를 놓고 미국계 론스타와 JP모건, 하나은행은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당시 론스타와 JP모건은 자금동원력이 뛰어난 국제 투자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하나은행을 제치고 이들 기관 중 한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론스타는 일본계 은행과 함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당시 하나은행은 한미은행, 제일은행 등과의 합병 작업이 무산된 상태였고, 동시에 공격영업에 나서고 있는 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어서 서울은행과의 합병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하나은행에 점점 불리하기만 했었다. 2002년 8월 5일 하나은행이 론스타를 물리치고 최종인수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론스타가 ‘서울은행 입찰 관련 추가 제안서’를 제출해 큰 파장이 일었었다. 당시 김 회장은 론스타를 외국계 산업자본으로 몰아세워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김 회장은 론스타에 대해 “외국계 산업자본인 론스타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이 잠식당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금융정책 효율성 측면에서 메이저 금융기관들을 외국자본에 넘기게 되면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계 산업자본의 ‘돈줄’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마침내 김 회장은 서울은행 인수에 성공해 2002년 12월 서울은행을 최종 인수 합병했다.
김 회장이 론스타를 산업자본이라며 금융업 진출을 반대한 근거는 바로 금산분리법에 따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산업자본이 4%이상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 자본에 있어서는 예외다. 론스타가 서울은행 인수전에 참여하고 외환은행 인수에도 성공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2006년,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에 나섰다가 연거푸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현재 김 회장 그 본인이 주장했던 ‘외국계 산업자본인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넘겨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김 회장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맺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출국까지 했다. 김 회장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머물고 있는 영국 런던으로 계약서를 들고 찾아간 것. 이에 세간에선 “김 회장이 론스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상황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국내 은행을 인수하는데 왜 굳이 해외에서 계약을 체결하느냐”며 “상식적으로 물건을 파는 입장인 론스타가 사려고 하는 쪽에 와서 계약서를 맺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론스타 눈치 보기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1주당 850원 매매대금 추가 확정지급 문제, 론스타의 세금 선대납 등이 불거지면서 김 회장이 하나은행 연임을 위해 지나치게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김 회장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8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신년사를 통해 “조만간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올해를 글로벌 톱 50 금융그룹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면 강한 인적·물적 자산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된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이어 론스타 먹튀설과 관련해서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M&A를 한 두 번 하냐”면서 “론스타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접근하는 것일 뿐”이라며 “단순한 매매거래 당사자인 론스타와 하나은행의 관계를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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