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김준기 회장 재무구조개선 후유증 겪나

재계의 은둔형 기업인으로 유명한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재무구조개선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동부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반도체사업(동부하이텍)과 제철사업(동부제강)에 최근 3년간 무려 3조 원대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때문에 동부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물론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동부그룹 내부를 진단해본다.
동부그룹 알짜 계열사인 동부메탈과 동부한농, 동부고속 등이 보유한 유휴자산 매각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동부하이텍의 경우 지난해 12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동부한농 주식 5000만 주를 동부CNI와 동부인베스트먼트 등 관계사와 특수목적회사에 전량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한 주당 7050원으로 전체 매각금액은 3525억 원이다.
또 다른 계열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같은 달 28일 기준으로 금융감독원ㆍ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한국증권금융과 대출계약을 맺으면서 동부화재 주식 87만 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주식담보대출비율은 이번 대출계약으로 100%에 가까운 97.73%에 달했다. 전달 말 기준 80.38%보다 17.3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김회장 개인지분도 금융권 담보
김 회장은 지난 14일에도 프라임상호 저축은행에 동부화재 주식 10만 주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동부건설과 동부씨엔아이(CNI)도 마찬가지다. 이 두 기업은 김 회장 측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이기도 하다. 동부하이텍과 동부제철, 동부증권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고 있다.
6개 상장 계열사 지분 가운데 79.77%가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공기업을 제외한 45개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개인 지분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됐다.
김 회장은 동부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사재출연을 통해 만들었다. 이 회사는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이며 주주는 김 회장 1인이다. 그만큼 동부는 김 회장 개인은 물론 일부 그룹 계열사들의 매각대금 전액을 동부하이텍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왔다.
그러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다. 오히려 역풍을 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부하이텍 차입금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1000억 원대인데다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동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로 선회된 지 오래다. 그만큼 동부가 대기업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성장 사업이 없다는 것이 문제
더욱이 동부화재 등 금융부문을 제외하면 상당기간 동부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업이 없다는 것이 동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의 매각 작업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과 자녀들이 이번 동부한농 지분 매각 과정에 참여한 것은 대주주로서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때문에 동부의 앞날이 그리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옹호론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에 재계도 동부의 앞날을 예측하기보다는 지켜보자는 입장이 많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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